28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일렉트로닉스 2010년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성 사장과 광고 모델 변정민씨가 신소재를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 등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1년 워크아웃 뒤로한채
25개 신제품 한번에 선봬
올 영업익 70% 증가 목표
25개 신제품 한번에 선봬
올 영업익 70% 증가 목표
피곤한 얼굴빛이었지만 설렘 또한 엿보였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허동규 냉장고디자인팀장은 28일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연 제품설명회를 준비하느라 이날 새벽 3시반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25개 신제품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대규모 제품설명회를 앞두고 만난 허 팀장의 얼굴은 대우일렉 전체 임직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한마디로 기대와 활기다.
디자인을 담당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그래픽 작업 정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우일렉에선 엔지니어도 행사 준비 요원 같은 구실까지 도맡아 한다. 인조 가죽을 강판에 붙일 수 있는 접착제를 찾아 허 팀장은 전국 10여개 지역 20개 이상의 업체를 탐방하기도 했다. 보통 세차례 정도 진행하는 제품 실험을 7차례나 거치면서 수백개의 냉장고를 버려야했다. ‘회사가 어려운데 무슨 모험이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회사에서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설렌다”는 허 팀장은 150여명이 모인 제품 설명회에서 결국 박수를 받았다.
대우일렉이 11년간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뒤로 하고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국외 시장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무산됐던 인수합병도 중동의 최대 가전업체인 엔텍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최근에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탱크주의’를 앞세운 대우전자는 1983년 세워졌다. 1990년대에는 ‘탱크주의’를 비롯해, ‘공기방울 세탁기’까지 대우전자를 떠올리게 하는 수식어들이 많았다. 하지만, 27년의 업력 중 11년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외환위기와 함께 기둥이었던 대우그룹의 통째로 휘청이자, 대우전자 역시 속절없이 힘을 잃어갔다. 1999년부터 시작된 워크아웃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지난해에만 해도 비주력 사업부문(텔레비전, 에어콘 사업 등)을 매각면서 전체 임직원 2500명 가운데 절반을 내보냈다.
고통의 열매는 최근에야 익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그 규모는 410억원에 불과했지만, 전년에 견줘 13배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에서 대우일렉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명색이 가전업계 3위 업체이지만,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양강 구도에서 대우가 일찌감치 멀어진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대우일렉 직원인데도 지인들로부터 “대우전자가 아직도 있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들을 만큼 브랜드 인지도는 낮다.
하지만 국외 시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대우일렉은 18개 나라에 진출했다. 전체 매출 85%를 국외에서 올리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알제리, 베트남에서 각각 전자레인지, 드럼세탁기, 냉장고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국외 시장의 사각지대인 제3세계 시장의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에도 오는 5월 7년 만에 재진출을 앞두고 있다.
인수합병 성사 여부와 세계 경기의 앞날 등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연 멀리 날 수 있을까? 대우일렉은 올해 지난해보다 40% 증가한 1조6000억원의 매출과, 70% 신장한 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삼았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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