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재무불량’ 기업, 은행과 ‘빚 축소’ 등 약속
구조조정 ‘쓴 약’…올해 9개 기업 대상분류
‘재무불량’ 기업, 은행과 ‘빚 축소’ 등 약속
구조조정 ‘쓴 약’…올해 9개 기업 대상분류
최근 일부 대기업집단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재무약정)을 새로 맺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해당 기업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은행과 금융당국은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무약정은 대기업집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과 은행이 체결하는 양해각서로서, 재무약정을 맺는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어 사실상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재무약정을 알기 위해선 먼저 ‘주채무계열’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채무계열은 금융권 전체 대출 가운데 0.1% 이상을 차지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대기업집단을 말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매년 대상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1조3946억원 이상 빚을 지고 있는 41개 대기업집단이 선정됐습니다. 빚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채무계열은 기업집단의 순위를 보는 지표로도 쓰입니다. 현대자동차·삼성·엘지그룹 등이 1~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주채무계열 기업을 선정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매년 4월 채권을 갖고 있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부실이 있으면 자칫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부채비율·이자보상배율 등이 포함된 재무항목과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비재무항목으로 나눠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합니다. 그 결과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그룹이 발견되면 은행은 이들과 재무약정을 맺고, 분기별로 달성해야 할 부채비율·이자보상배율 등의 평가지표를 기업 쪽에 제시하게 됩니다. 은행이 제시한 평가지표를 맞추려면 기업은 계열사나 보유자산 매각 등의 ‘군살빼기’가 불가피합니다. 만약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신규 대출 중단은 물론 경영진 퇴진 요구 등 강도 높은 제재조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모두 9개 대기업집단이 재무약정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합니다. 각 기업집단의 주채권은행과 채권금액 상위 3개 은행이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약정 여부와 약정 내용을 확정하게 됩니다. 재무약정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근본 취지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리 부실을 털어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쓴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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