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37만5천마리의 소에서 (광우병 감염 의심 소) 하나가 발견된 것은 과학적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대사관의 경제담당 관료는 16일 열리는 한-미 통상현안 분기별 점검회의를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미국 대사관에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열어 ‘과학적 접근’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광우병과 관련해 포괄적 검사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8년 동안 사료에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했다’는 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광우병 고위험군인 37만5천마리의 소에 대해 간이검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세 마리의 광우병 감염을 의심해 정밀검사(IHC·면역화학조직검사법)를 벌였고, 곧 문제가 없다는 음성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주 초 미 농무부 감사실의 권고에 따라 문제의 소 세 마리는 다시 검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엔 한마리가 ‘약간의 양성 반응’을 보였다. 미국 쪽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인정하는 영국 실험실 쪽에 최종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 경제 관료는 “2억8500만 미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쇠고기 안전성을 한국민에게도 보장한다”며 “미국산은 비교적 위험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식품에서 완전히 안전하다는 표현은 쓸 수 없으며, 집에 둔 음식이 상했는데 잘못 알고 요리했을 때도 위험에 처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유에 불과할지라도 ‘광우병’과 ‘상한 음식’의 위험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 또 2억8500만 미국민은 수급 구조상 자국산 쇠고기 소비를 피할 수 없을지라도, 한국민은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등 아직까지 좀더 안전하다고 알려진 대체물이 있다. 게다가 미국 안에서도 광우병 검사체계와 정보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선언한 세 마리 소를 반년 만에 다시 검사해 의심판정에 이르게 된 과정에 의문을 품고 사유를 추궁하고 있다.
이달 말 우리 농림부는 ‘가축방역협의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심의를 하게 된다. 축산물 교역기준을 관장하는 국제수역사무국은 지난달 30개월 미만짜리를 잡은 쇠고기 수출 기준을 대폭 완화했고, 미국 또한 한국에 위험부위를 제거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부터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6년 동안 계속된 포르투갈 쇠고기 수입금지를 해제한 지 9달여 만인 지난 9일 포르투갈에서 인간 광우병이 보고된 사례는 우리를 긴장케 한다. 미국은 쇠고기 문제를 한-미 통상현안에 연계시킬 것임을 거듭 시사해 왔다. 미국식 ‘과학적 접근법’이 단순히 ‘과학’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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