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에 자리잡은 롯데마트 매장 뒷편으로 오토바이 주차장이 펼쳐져 있다. 베트남은 차량 보급률이 2.3%밖에 안 되고 오토바이를 개인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이 매장에는 수천대의 오토바이를 댈 수 있는 넓은 오토바이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오토바이 주차장·셔틀버스 운행·마트 고급화…
전면개방된 유통 진출 가속
급성장 중산·고소득층 겨냥
전면개방된 유통 진출 가속
급성장 중산·고소득층 겨냥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한 프랑스계 대형 슈퍼마켓엔 피자헛이 입점해 있다. 외국계 회사들과 값비싼 서구식 아파트가 주변에 즐비한데다 식료품 중심의 슈퍼마켓이라 손님도 많다. 피자헛도 상당히 장사가 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파리만 날렸다. 왜 그랬을까? 올해 하노이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낸 예태우 사장은 재미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주변 고급주택에 사는 이들은 집안 살림을 하는 ‘메이드’를 고용하고 사는 계층”이라며 “슈퍼마켓에 장 보러 오는 사람들은 죄다 메이드들인데 이들이 값비싼 피자집에서 외식을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얼마나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베트남 시장을 겨냥한 세계 각국 유통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빠르게 두터워지면서 소비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2008년 초 유통업에서 외국자본의 지분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던 조처를 없앤 데 이어, 지난해부턴 100% 외국자본의 유통기업 설립을 허용했고, 올해에는 모든 도소매 유통을 외국자본에 전면 개방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 8600만명의 대국인데다 급증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등으로 신흥 소비시장 가운데서도 주목받는 곳이다.
실제 베트남 구매력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호찌민·하노이 등 대도시 기준으로 가구당 월소득 250~500달러 수준은 중산층, 그 이상은 고소득층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에서 1999년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비중은 각각 31%와 7%였던 반면에 2006년에는 55%와 21%로 성장한 상태다.
호찌민 롯데마트 1호점에서 만난 윈덴찌우(37)는 1주일에 두세 차례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온다고 했다. 연년생 남매를 둔 주부인 그는 장을 보러 나오면 100만~300만 베트남 동(VND·약 7만~21만원)을 쓴다. 그의 남편은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월 4000달러가량을 버는 신흥 고소득층이다. 롯데마트는 2008년 말 호찌민에 진출해 가구당 월수입이 600달러 이상인 신흥 고소득층을 겨냥하고 있다. 구매력 있는 계층과 없는 계층이 극명하게 갈리는 성장 과도기의 베트남에서 고급화된 쇼핑 환경과 서비스로 구매력 있는 계층을 세심하게 포획하는 데 주력한다. 시내 곳곳의 고급주택단지를 경유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거나 냉장고 보급률이 22%밖에 안 되는 베트남에서 고소득층의 냉장고 보관용기로 각광받는 락앤락 매장을 별도로 크게 배치한 것도 그런 노력이다.
이밖에도 롯데마트는 뒤편에 ‘오토바이의 바다’라고 할 만한 대형 오토바이 주차장을 펼쳐놓았다. 아직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통하는 현지 사정 때문이다. 롯데마트 이영노 영업총괄팀장은 “현대적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이 1995년엔 베트남 전체를 통틀어 10개였지만 2008년 말 400개로 급증했다”며 “외국자본 진출에 아직 장벽은 많지만 현지 문화 이해와 지역사회 공헌 등을 통해 신흥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치민·하노이/글 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베트남 소비규모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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