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를 판매한 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이달 중 제재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1일 고위험 환헤지 상품인 키코를 중소기업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적발된 은행들에 대한 제재안을 이르면 오는 17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부의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기업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은행이 계약 상대방에 대한 적합성 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은 감독당국이 따져봐야 할 일”이라며 “소송과 관계없이 심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14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키코 등 통화옵션 거래 실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 에스시(SC)제일, 외환 등 9개 은행이 계약기업의 연간 수출 예상액을 초과해서 거래계약을 맺거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편익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점 등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은행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했으나, 소송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심의를 보류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은 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감독당국은 은행이 적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100여건에 이르는 소송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고,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되는 사안인 만큼 조만간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 등의 책임을 물어 은행들을 제재할 경우, 123건에 이르는 키코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의 키코 관련 본안소송 첫 판결에서는 은행 쪽이 승소한 바 있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으로, 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지만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약정환율에 팔도록 설계됐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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