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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매몰비용, 이미 지출해버려 회수 불가능한 자금

등록 2010-06-13 17:49

[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집착땐 4대강 등 비합리적 결정 초래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완승을 거둔 뒤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혈세 낭비’라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매몰비용’(sunk cost)입니다.

매몰비용은 일단 지출한 뒤에 어떤 선택을 하든지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돈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물속에 잠겨 버린 비용인 것이죠.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게 경제학의 상식입니다. 매몰비용을 자꾸 생각하면 미래지향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매몰비용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 쉽지는 않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세상의 많은 도박사들이 잃어버린 본전을 찾을 생각으로 계속 도박을 벌이고, 많은 고시생들이 기왕 투자한 시간 때문에 끝내 고시를 포기하지 못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적 기준으로 냉정하게 보면 이런 태도가 합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 개발 사업은 매몰비용의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한 데 따라 더 큰 피해를 본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됩니다.

1947년 초음속 전투기가 처음 개발된 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이 기술을 여객기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1962년에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관한 합의를 이루었고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이를 ‘콩코드’(Concorde: 프랑스어로 협력을 의미함)라 이름붙였습니다. 초음속 여객기는 막대한 연료를 소비하는 반면 100명 정도밖에 태울 수 없는데다 소음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을 중도에 포기해버립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많은 돈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초음속 여객기 사업을 멈추지 않고 마침내 개발을 완료한 뒤 운항을 하게 됩니다. 결과는 막대한 손실이었지요. 미국은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매몰비용을 고려한 불합리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 또한 영국· 프랑스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이제 와서 중단하면 지금까지 쓴 돈이 다 날아가 버리고, 이는 곧 국민의 혈세라는 논리를 댑니다.

이미 써버린 돈은 아까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로 들어갈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하는 게 더 낫다면 중단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이미 써버린 돈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강행하면 그것이야말로 국민 혈세를 또다시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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