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에 ‘방어적 조처’, 소폭·점진적 절상 가능성
통화바스켓 운영방식 따라, 오히려 위안화 절하 예측도
통화바스켓 운영방식 따라, 오히려 위안화 절하 예측도
중국이 2008년 7월 이후 23개월 동안 계속해온 사실상의 ‘위안화-달러 페그 시대’를 마감하고, 위안화 절상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국제사회 압박에 따른 중국의 ‘방어적 조처’라는 점과 중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대대적 변화보단 소폭의 점진적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중국 국내 상황이 절상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유광열 주중한국대사관 재경관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르면 21일부터 위안화 절상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과 임금인상 요구 물결 등 중국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큰 폭의 절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페그제를 폐지했던 2005년 7월과 비교해도 중국은 훨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그린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유럽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데다, 무역흑자도 2005년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절상폭은 훨씬 덜 공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환율 결정에 참고할 통화바스켓의 운영 방식에 따라 위안화가 오히려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 대비 위안화가 15% 가까이 절상됐는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로화가 계속 절하된다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역설적인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위안화 절상폭을 3% 선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절상이 중국에 불리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내수중심 경제발전 모델로의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한진 코트라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부장은 “위안화 절상으로 구매력이 늘어나면 중국이 내수시장을 확대하고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해외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된다. 수출환경 악화로 일자리가 줄어 실업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평가절상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국제투기자금(핫머니) 유입이 가속화돼 자산거품이 커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인민은행 대변인은 20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이 급격한 절상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위안화의 근본적인 안정은 유지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렇게 절상폭이 제한적일 경우 미국의 압박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이 19일 “중국이 며칠 안에 위안화 절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환율 보복) 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은 것은 그 예고편이다. 미국 의회는 최근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위안화 절상 관련) 조처를 취하지 않고 미국 정부도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 의회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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