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공식절차 어겨…지난해 1947억 손실
우리은행이 4조원이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 과정에서 정상 절차를 밟지 않고 지급보증을 서는 바람에 2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우리은행이 2002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부동산 피에프 업무 49건 4조2335억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공식 절차 없이, 담당 부서인 신탁사업단장 전결로 지급보증을 섰다고 밝혔다.
금감원 조사 결과, 우리은행은 저축은행 등 브리지 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발행한 대출채권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매입하겠다는 ‘업무약정서’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대출채권 매입은 실질적인 지급보증으로서, 내규인 ‘여신업무지침’에 따라 여신협의회 등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부서 내부에서 자의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대출채권 매입 요구가 속출했고, 결국 지난해 상반기에만 6334억원을 매입해 이 가운데 1947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종합검사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해, 신탁사업단장에게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고, 이 시기에 재직했던 행장들은 문책 조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아무개 팀장 등 2명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영제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매입 약정 등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4조2000억여원은 6년에 걸친 누계액이고 실제 잔액은 1조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경남은행에서 금융 사고가 터진 데 이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도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국장은 “하반기 우리은행 종합검사 때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으로 인한 사업 부진에 따라 부실이 발생한 것”이라며 “시행사와 담당 직원과의 금융거래상 일부 문제점을 명백히 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담당 임원과 부서장에 대한 징계 절차는 지난해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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