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건설은 지난해 대구시 수성구의 한 주상복합단지 창호공사 등 5건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하도급 업체에 맡겼다.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돼야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최저가에 만족하지 못한 에스케이건설은 다른 2~3곳의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재입찰을 벌였다. 결국 애초 최저 입찰가보다 낮은 액수를 써 낸 업체로 결정됐다. 현행 하도급법을 어겨 더 낮은 하도급 대금을 유도해낸 셈이다.
건설경기가 어려운 틈을 타 건설사 20곳이 부당하게 하도급 업체에 고통을 전가시킨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11월에 대기업 8곳을 포함한 건설사 20곳을 상대로 하도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업체가 모두 관련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에스케이건설(3억4300만원)과 이테크건설(4000만원)에 대해 모두 4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이 부과됐다. 요진건설산업과 대방건설 등에는 1억3900만원 상당의 법 위반금액에 대해 지급명령(12개 하도급 업체 대상)이 내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건설업계가 어려운 부동산 경기를 이유로 반복적 재입찰을 통한 하도급 대금 결정 등으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며 “특허 등 핵심기술자료는 물론 원가계산서까지 요구하는 행위 등도 있어 거래 상도의를 넘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건설사들이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으로 자금난에 부딪치면서 하도급 대금과 어음할인료, 어음대체 수수료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법위반 금액만 약43억원어치(건설사 14곳)에 이른다.
또 발주자로부터 설계변경 및 물가변동에 따라 공사대금을 올려 받고서도, 관련 하도급 업체 44곳엔 하도급 대금 조정계약을 최대 8개월까지 늦춰서 체결한 사례(요진건설산업)도 있었다. 아울러 서해종합건설 등 4곳은 발주자에게서 현금으로 대금을 받고서도 하도급 업체 125곳에 대해선 어음으로 대금을 주기도 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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