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341조 반년새 12조나 늘어
대출금리 오름세…가계·금융권 부실 우려
대출금리 오름세…가계·금융권 부실 우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는 디티아이 비율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의 폭발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디티아이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 경우 가계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08~2009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대출이 줄어든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분기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696조5610억원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3분기(637조7081억원)보다 58조8529억원 늘었다. 개인의 부채 상환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배율은 2004년 1.14배에서 지난해 1.43배로 늘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미국의 경우 이 배율이 지난해 6월 말 1.27배로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낮다.
특히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디티아이 규제를 강화한 뒤에도 주택담보대출은 20조원 넘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대출 규제 완화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20일 현재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41조868억원으로 추정됐다. 은행권이 273조1645억원, 비은행권(5월 말 기준)이 67조9223억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은행권에서 8조9362억원, 비은행권에서 3조3193억원 등 모두 12조2555억원이 증가했다. 상반기 중 전체 가계대출 증가 추정액 15조8043억원의 77.5%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한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상반기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가장 비중이 컸다. 특히 당국이 디티아이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안을 지난해 9월 내놨지만, 10월 이후 다달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누적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조8933억원에 달했다.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전달 대비 증감액이 대체로 1조원대에 머무르다가 지난달에는 2조5130억원을 기록해 규제 시행 전인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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