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고수익내며 인기몰이…손실 우려 목소리도
고수익내며 인기몰이…손실 우려 목소리도
최근 종합자산관리 계좌를 뜻하는 ‘랩 어카운트’(Wrap Account)가 고수익과 투자자 입맛에 맞는 운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재 증권사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랩 어카운트는 개별 증권계좌가 하나의 금융상품입니다. 애초 투자자문에 따른 보수와 중개거래 서비스가 랩 수수료라는 한 종류의 보수로 통합 지급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현재는 증권 중개업자를 통해 자산잔액 기준으로 일괄 보수를 물리는 모든 종류의 맞춤형 투자자문상품을 지칭합니다. 자산의 주된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형·펀드형·채권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공모펀드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금을 한군데로 모아 운용함으로써 법적 규제가 까다로운 반면, 랩 어카운트는 개인과 금융사가 맺은 사적 계약이므로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롭습니다. 투자자가 언제든지 보유 종목과 상품 매입단가, 수익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랩 어카운트가 인기를 끈 배경에는 금융위기 이후 펀드로 마음고생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판매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수료 매력이 떨어지는 펀드보다 수수료가 좀더 자유로운 랩 어카운트를 선호합니다. 은행 쪽에서도 그동안 랩 어카운트 진출을 희망해왔으나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랩 어카운트 판매를 당분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은행권에선 대고객 접촉 창구가 많아 랩 어카운트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증권사 쪽은 적립식펀드 열풍처럼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랩 어카운트 열풍은 펀드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습니다. 케이비(K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랩 어카운트 인기가 예금에서 공모펀드로, 공모펀드에서 사모펀드로 투자시장이 세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분석합니다. 당분간 랩 어카운트시장은 공모형에서 사모형 상품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투자자금의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랩 어카운트 인기가 고수익 추구 쏠림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랩 어카운트는 압축적인 투자가 가능합니다. 특히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경우 50~60개 종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10개 안팎의 주식에 집중 투자합니다. 그만큼 종목을 선택하는 자문사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랩 어카운트 열풍은 검증된 자문사에 대한 인기라기보다는 고수익 추구 상품에 대한 인기라는 점에서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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