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조붕구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책위 사무실에서 금감원의 키코 관련 금융기관 징계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키코 핵심쟁점 논란 확산
제재 불구 불공정설계 등 주요사안 공방 여전
피해키운 ‘손실이전거래’ 규정 위반여부 논란
제재 불구 불공정설계 등 주요사안 공방 여전
피해키운 ‘손실이전거래’ 규정 위반여부 논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부실 판매한 9개 은행 임직원들에게 무더기 제재가 내려졌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재 대상을 은행의 건전성 문제에 한정하면서 ‘불완전 판매’ 등을 둘러싼 다툼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탓이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 결과는 직무유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심의자료 및 회의록 공개, 국정감사 등을 요구했다. 제재 이후 논란이 더 커지고 있는 배경을 사안별로 짚어봤다.
■ ‘불완전 판매’였나? 피해 기업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키코가 은행한테 유리하도록 설계된 ‘불공정한 상품’이란 점과 위험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통화옵션이 뭔지도 잘 모르는 기업에게 은행들이 적극적인 방문 판매로 계약을 유도했으며,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을 하면서 제대로 설명을 했는지 여부는 당사자들끼리 건건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파생상품 판매 기본 절차에 따라 키코에 내재하고 있는 환율 상승의 위험에 대해 수치화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며 “불완전 판매 이슈는 일반화할 사항은 아니며 거래 사안별로 구체적인 심사를 통해 판단할 사항”이라는 태도다.
대출을 미끼로 키코 가입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두고서도 은행들은 “키코가 많이 체결된 당시에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 거래기업들이 은행들을 상대로 입찰을 부칠 정도로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었다”고 반박했다. 영문계약서도 불완전 판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고리라는 게 피해 기업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상품 설명에서 계약 체결까지 우리말로 설명했으며, 한글로 작성된 설명자료도 교부했다”고 해명했다.
■ ‘옵션프리미엄 계약’ 조작됐나?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이 키코 상품을 계약할 때 콜옵션(은행이 행사)과 풋옵션(기업이 행사)의 가격이 같은 ‘제로코스트인 상품’이라고 선전했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조작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택 공대위 사무국장은 “수산중공업 재판 과정에서 콜옵션과 풋옵션이 등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니까 은행들은 뒤늦게 콜옵션과 풋옵션 사이의 차이는 수수료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키코를 팔아먹기 위해 프리미엄 가치를 조작해 서로 다른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 가격을 같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기업들은 1억원짜리 보험에 가입하면서 2억원을 낸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어느 바보가 그런 상품에 가입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작 주장에 대해 금감원 쪽은 “그런 사안은 애초부터 제재심사 대상 안건으로 넘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제로코스트라고 설명했던 것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없다는 이야기이지, 은행에 마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은행 관계자는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거래 마진을 받는데, 1%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손실이전 거래 여부 손실이전 거래는 기존 거래에서 생긴 손익을 회계처리하지 않고 새로 체결한 거래에 반영하는 것으로,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이 손익 은폐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의심해 왔다. 이 거래만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 규모가 커지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99년 4월 이전에는 회계처리하지 않는 경우에만 금지했으나, 그 이후부터 회계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금지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은행들이 새로운 규정을 잘 몰라 회계처리만 하면 괜찮을 줄 알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 기업들은 “금감원이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위법 의견을 받은 2008년 6월에는 이미 거의 모든 피해 기업들이 손실이전 거래를 체결한 뒤였다”며 “금감원이 손실거래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김수헌 기자 san@hani.co.kr
키코 계약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행별 키코 피해 업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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