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건물 사옥. 박승화 기자
엠코와 합병 뒤 상장 땐 정몽구·정의선 부자 차익 막대
타계열사 지분확보 수월해져…사업다각화엔 비판론도
현대그룹 “우리쪽 인수가 순리”…부족한 자금확보 관건
타계열사 지분확보 수월해져…사업다각화엔 비판론도
현대그룹 “우리쪽 인수가 순리”…부족한 자금확보 관건
현대건설 인수전이 달아오르며 ‘범 현대가’ 내부의 경쟁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6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뒤부터 줄곧 강하게 인수 의지를 밝혀왔던 현대그룹은 최근 계열사마다 이사회를 거쳐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자문사 선정을 검토하는 등 내부적으로 인수 준비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과 케이시시(KCC)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힘을 보탤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음달 중순 현대건설 매각공고가 나오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인수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가 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건설에 욕심을 내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겉으로는 ‘명분’을 강조한다. 정몽구 회장이 장자로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룹의 터전을 닦은 현대건설을 책임져야 한다는 ‘적통성’ 논리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쪽은 발끈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현대건설이 고 정몽헌 회장 소유였던 만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업 다각화’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 이후 기존 자동차·철강 외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라며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하는 철강제품의 내부수요를 흡수하고, 원자력발전 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군침이 도는 매물인 게 분명하다. 현대·기아차그룹에 건설사로 현대엠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계열사 공사를 맡아온데다가 2007년 이후 실적이 좋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노림수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에선 “진짜 속내는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건설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부회장(25.06%), 정몽구 회장(10%), 글로비스(24.96%)가 대주주다. 글로비스의 최대주주가 정몽구, 정의선 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엠코의 기업가치 상승은 곧바로 사주 일가의 이익으로 연결된다.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박사는 “엠코를 현대건설과 합병한 뒤 상장하면 대주주들이 주식매각을 통해 엄청난 현금을 챙기게 될 것”이라며 “이 자금을 지주회사가 될 계열사(현대모비스나 글로비스) 지분 확보에 쓰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감독원 승인이 필요한 합병을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더라도,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엠코가 받아들여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이익은 정몽구 회장 부자한테 돌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채이배 회계사는 “현대차가 현대건설 인수에 수조원을 쓰기보단, 국내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자동차회사 본연의 의무에 더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 ‘실탄’ 경쟁에선 누가 유리할까? 일단 자금 면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의 ‘실탄’은 충분한 편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현대차의 순현금 보유액은 5조원이 넘는다. 한정효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올해 국내 영업이익만 6조원 안팎으로 예상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 인수대금은 최대 4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현대그룹은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두긴 했지만, 나머지 부족분은 외부 자금조달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현대중공업이나 케이시시가 현대·기아차그룹 쪽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들 회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최근 현대오일뱅크 인수와 조선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 부담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로서 투자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현대·기아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구조
현대건설 실적 추이
현대중공업이나 케이시시가 현대·기아차그룹 쪽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들 회사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최근 현대오일뱅크 인수와 조선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 부담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로서 투자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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