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상생대책 관련 쟁점
이 대통령, 중기대표·대기업총수 잇단 회동
정부,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서 ‘줄타기’
“대기업, 중소기업쪽 요구 강하게 반대”
상생의지 천명서 끝날수도…실효성 의문
정부,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서 ‘줄타기’
“대기업, 중소기업쪽 요구 강하게 반대”
상생의지 천명서 끝날수도…실효성 의문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재벌 총수, 중소기업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기로 함에 따라 추석을 전후로 발표될 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대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법과 제도에서 강도 높은 개선조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애초 정부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현 국민경제대책회의)를 거쳐 ‘대-중소기업 하도급거래 질서 개선’과 ‘동반성장’ 등을 담은 상생대책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 사정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이 좀더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면서 대책발표가 연기됐다. 다시 2일 혹은 7일로 일정이 조율됐지만 회의는 거듭 연기됐고 이후 정부는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해왔다. 아예 추석 이후로 발표가 연기될 것이란 관측도 무성했다.
이렇게 된 배경엔 물가대책 등 다른 정책과제에 밀린 탓도 있지만 정부가 초기에 보인 의욕적 행보와는 달리 재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정부 관련부처 간의 이견도 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생대책이 숙원과제인 중소기업 쪽에서는 강도 높은 요구를 내세우고 있지만 대기업은 (그런 요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과 만나 핵심 쟁점에 대한 조율을 시도했지만 양쪽의 견해차를 좁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중소기업 쪽에선 개별 하도급 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납품단가 조정 신청권 및 협의권을 업종별 협동조합에 위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기업 쪽에선 어떤 형태로든 제3자 개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등장으로 갈등을 빚어온 사업조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은 사업조정 제도를 강화해 대기업의 상권 침해를 제도적으로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기업 쪽에선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불공정한 하도급행위를 엄벌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추진하고 대신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기 상생협력을 위한 자구책을 좀더 적극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정부의 상생대책 발표를 앞두고 직접 기업인들과 만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생 분위기 띄우기’의 효과에 대해선 기업 쪽에서도 갸우뚱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가 부르면 총수가 회의에 참석하고 상생방안도 들고 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방안을 더 낼 건 없고 기존에 추진해오던 상생협약에 좀더 살을 붙이는 식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노강석 소장은 “역대 정부에서도 숱하게 상생행사를 벌여왔지만 하도급 거래 관행이 바뀌지 않았던 것은 공정한 거래 정착을 위한 룰(제도)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경우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고질적 관행은 경제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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