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유럽은행 ‘부실 축소’ 불확실성 키우기도
유럽은행 ‘부실 축소’ 불확실성 키우기도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 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상의 위기상황 속에서 테스트 대상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해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의학 분야에서는 일상적인 상황을 벗어난 스트레스 조건에서 심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금융 분야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성장률, 환율, 금리, 물가, 채권가격 등 주요 변수가 최악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이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지, 그리고 자기자본비율은 어느 정도로 악화되는지를 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정상적인 시장상황 속에서 최대 예상손실을 측정하는 기존의 위험관리기법과 달리, 이 방식은 비정상적인 시장상황에서 초래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손실 규모를 예측하기 때문에 2007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여러 나라에서 위험관리기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은 2009년 ‘부실 폭탄’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주요 은행의 자산 건전성마저 의심을 받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돌파하고자 주요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부실 은행과 건전한 은행을 구분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그해 5월 공표된 결과를 보면 19개 대형 은행 중 10개 은행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 조처는 경제주체들의 막연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올해 또다른 ‘부실 폭탄’으로 평가받는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채 가격 급락으로 이를 보유한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의심받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지난 7월 공개된 조사 결과를 보면, 91개 대상 은행 가운데 7개 은행만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외면상으로는 매우 양호한 결과이지만, 이 조사에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되는 상황을 가정에 넣지 않아 부실 테스트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유럽의 여러 은행이 부실한 국채 보유량을 축소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벌인 조사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은행과 보험사에 대해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증권사도 조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막대한 가계부채의 잠재적 부실화 우려를 안고 있어 앞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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