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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기압축기 세계일등 꿈 수리공서 ‘발명 CEO’로

등록 2005-06-21 18:16수정 2005-06-21 18:16

  서울 청계천의 수리공으로 시작해 공기압축기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된 명수리 제작사 성세제 사장.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서울 청계천의 수리공으로 시작해 공기압축기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된 명수리 제작사 성세제 사장.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명장을 찾아서-성세제 명수리제작사 사장

“에디슨은 초등학교를 중퇴하고도 발명왕이 됐잖아. 난 공기압축기로 세계 일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명수리제작사 성세제(60) 사장은 1969년 청계천 수리공으로 35년여 기술인생을 시작해, 이제는 특고압 공기압축기(컴프레서) 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 중졸 학력이지만 박사들에게 기술문제를 조언하고, 이들한테서 “교통사고 나면 국가적 손실이니 몸조심 하시라”는 덕담을 듣는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2001년말 자랑스런 중소기업인 상을 탄 그를 삼성은 기업전략 차원에서 연구했을 정도이다.

국산화 기술개발 35년
특고압 압축 전문가로
박사에게 조언하는 중졸

명수리제작사의 특고압 공기압축기는 1㎠당 최대 350㎏의 공기를 눌러넣는 특수장비다. 이 기술은 소방관·잠수부들의 산소통에 공기를 채워넣거나 군사적 용도 등에 사용된다. 명수리제작사는 매출의 70% 정도를 소방서 등 공공부문에서 올리고 있다. “배곯는 집안 7남매의 장남이었어. 정미소에 취직도 해보고, 닭장사도 해보고…. 어릴 때부터 기술로 성공하겠다 마음 먹었지만, 기회가 없었지. 군에서 정비기술 부대에 배치되면서 길이 열렸어.”


군 제대 뒤 찾아간 곳은 서울 청계천변의 공기압축기 수리점. 타이어에 바람을 채워넣거나 페인트를 품어내도록 스프레이에 공기를 채워넣는 기초적인 공압장비들을 다뤘다. 수리공으로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3년을 보냈지만 한계를 느꼈다. “미국산·독일산 갖가지 기계를 뜯어보다 보니, 장단점을 다 알게 됐어. 미국산 못지않은 국산 기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지. 월급쟁이론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없으니 창업을 생각할 밖에….”

그는 72년 서울 청계천변에 두평반 짜리 수리점을 열었다. “명수리란 ‘이름 명’을 수리 앞에 붙인 건데, ‘이름나게 수리를 잘 한다’는 뜻으로 지은 거야.” 그는 지금도 ‘명수리제작사’ 간판을 단 첫 점포를 임대료를 물며 유지하고 있다. 78년 압축기 부품을 국산화시켰고 82년엔 마침내 완성품을 개발했다. 그렇게 개발한 국산 공기압축기는 10년 세월을 쌓으며, 업계에선 부동의 명성을 쌓았다. 성 사장은 스스로를 ‘사업가’가 아니라 ‘기술인’이라고 부른다. “원가를 절감해 잘 만든 물건은 반드시 팔린다”는 소신으로 회사를 키웠다. 또 중·저압의 산업용 공기압축 기술이 일반화돼 경쟁이 심해지자, 90년대부터는 특고압 공기압축 기술로 회사를 특화시켰다. ‘레드오션’에서 빠져나와 ‘블루오션’으로 옮겨간 셈이다.

중기인 애써만든 기술
사라지면 국가적 손실
자부심 가질 환경을

하지만 그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한 때 30여명의 직원으로 6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창업 33년만에 처음으로 적자 위기에 놓여 있다. “품질과 가격이 같다면 국산을 쓰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 그래야 우리 제조업이 살고 국민이 먹고 사는 거니까. 그런데 요즘 공무원들은 외국에 나갔다 와서는 외국 브랜드 홍보대사가 되버려.”

그는 자신을 뛰어넘을 기술 후계자가 없다는 데 상심이 컸다. “적당한 기술 후계자를 끝내 찾지 못한다면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명수리제작사’의 명성이 천천히 쇠락하는 걸 보느니 자기 손으로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한계절 피었다가 지는 꽃이 되는 게 안타까워. 중소기업 기술인들이 자부심을 가질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평생 쌓아올린 기술마저 흔적없이 사라진다면 국가적으로도 아깝잖아. 안 그런가?”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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