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가공식품 직격탄
‘9월 물가’ 한은서도 깜짝
애그플레이션 재연 우려
‘9월 물가’ 한은서도 깜짝
애그플레이션 재연 우려
배추 등 채소값 급등으로 시작된 물가 상승세가 다른 부문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농산물 값 상승은 가공식품 값과 외식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체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2008년 말 밀가루 가격 급등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값이 배추값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김치찌개, 보쌈, 묵은지를 파는 식당 중에서는 1인분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 곳이 늘고 있다. 칼국수·삼겹살 등 김치를 밑반찬으로 내놓는 식당에서는 추가 반찬 주문에 돈을 받거나, 오른 배추값을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는 곳도 생겨났다. 대상·풀무원 등은 지난주 대형마트에 공문을 보내 이번주부터 포장김치 가격을 최고 26.4%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물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8월 전기요금, 9월 가스요금이 오른데다 이달부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올랐다. 2년 동안 동결됐던 공무원 봉급이 내년 5.1% 오르면서 임금 인상 압력과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 서민생활과 밀접한 52개 생필품 가격을 적극 관리하겠다며 이른바 ‘엠비(MB)물가지수’까지 만들었으나 이런 약속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도 불안한 모습이다. 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1.61달러(2.0%) 오른 배럴당 81.58달러에 거래돼 일주일 새 6.7%가 올랐다. 주간 상승률로는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최고치다. 연말로 갈수록 난방유 수요가 늘면서 유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산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밀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에 5%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급등을 이상기온 등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다. 예컨대, 배추값의 경우 매년 3월 기준으로 2007년 포기당 1200원에서 2008년 1950원, 2009년 2500원에 이어, 올 3월에는 4270원을 훌쩍 넘어선 뒤 9월에는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신운 한국은행 물가분석팀장은 “이상기후 탓에 농산물 공급 부족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의 구별은 무의미해진다”며 “체감물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면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것으로 판단해 가격 인상이나 가수요에 나서는 등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이 개인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추석 이전 주요 농산물 수급 대책 등을 포함한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고 되레 물가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당분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는 물가 당국의 분석과 달리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3%선을 훨씬 넘어선 3.6%를 기록했다. 한은은 자체 모니터링 결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를 훌쩍 넘긴 수치가 나오자 내심 놀라고 있는 눈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시장의 인상 예상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해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물가 급등세로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커졌지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 자본의 유입 유인이 커져 원화 절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통화당국의 딜레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물가 상승세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악화시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관련영상] ‘배추 폭탄’ 재래시장의 아우성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시장의 인상 예상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해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물가 급등세로 기준금리 인상 요인이 커졌지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 자본의 유입 유인이 커져 원화 절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통화당국의 딜레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물가 상승세는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악화시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관련영상] ‘배추 폭탄’ 재래시장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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