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 추이/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잔액 추이
올 외국인 순매수 57조원…3년 국고채 금리 3.26%
달러약세-원화강세로 환차익 노린 외국자본 급증
거품·일시유출 대비하려면 거래세 부과 검토해야
달러약세-원화강세로 환차익 노린 외국자본 급증
거품·일시유출 대비하려면 거래세 부과 검토해야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국내 채권값 폭등(금리 하락) 현상이 3개월째 지속되면서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정책금리 인하 바람을 타고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나라들 사이에 벌어진 ‘환율전쟁’의 여파로 원화 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채권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 글로벌 유동자금 신흥시장으로 대이동 지난 1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6%로, 사상 최저 수준이던 지난 2004년 12월7일의 3.24%보다 불과 0.02%포인트 높은 상태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3.57%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 3.55%(2005년 1월10일)에 근접했고, 4.00%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05년 1월4일의 사상최저치 3.99%보다 고작 0.01%포인트 높다.
물가와 성장률만을 감안할 경우 현재 국내 채권 금리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없는 수준이다. 3년물 금리가 한국은행이 밝힌 내년도 소비자물가 전망치(3.4%)를 밑돌기 때문이다. 채권에 투자하면 되레 손실을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채권값이 거침없이 치솟는 데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부동자금의 힘이 크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통화팽창정책이 지속된데다, 최근엔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마저 불거지면서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채권, 유로화채권, 엔화채권이 맥을 못추고 있는 탓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달러 채권은 추가 유동성 공급으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로화 채권의 경우 유로화 환율이 유럽 재정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고평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엔화채권 역시 일본 정부의 개입에 따른 엔화 약세 가능성 등을 예상해 볼 때 고평가 국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글로벌 채권 자금의 신흥시장으로의 이동, 특히 한국 시장으로의 이동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9월까지의 외국인 국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56조8000억원으로, 이미 시장 개방 이후 연간 최대치를 넘어선 상태다. 월간 기준으로 외국인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9개월째 채권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 환율전쟁에 기준금리 동결도 채권값 상승 부추겨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미-중-일의 환율전쟁도 국내 채권 인기에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환차익 등을 노린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달러 약세-엔화 강세-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으로 요약되는 환율 전쟁이 국내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는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결국 원화 표시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채권 공급 감소 등 우호적인 수급 환경뿐 아니라,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채권시장 강세를 이끌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기존 시장금리에 이미 반영돼 있던 차에, 금리동결 조처가 나오자 채권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 채권시장 거품 우려도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채권금리가 7월 이후 3개월째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지만 선진국과 금리차이가 상당히 있어 연말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 같다”며 “사상최저치를 깨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화자금의 대거 유입은 원화 강세를 부추겨 우리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대외 돌발 변수로 단기 외화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자본 유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과도한 외국자금의 유입과 채권투자를 막기 위해 채권 및 스왑 거래시 차익거래 기회를 축소하는 수준의 거래세 부과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 채권시장 거품 우려도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채권금리가 7월 이후 3개월째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지만 선진국과 금리차이가 상당히 있어 연말까지 하락세가 지속될 것 같다”며 “사상최저치를 깨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화자금의 대거 유입은 원화 강세를 부추겨 우리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대외 돌발 변수로 단기 외화자금이 일시에 이탈하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자본 유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과도한 외국자금의 유입과 채권투자를 막기 위해 채권 및 스왑 거래시 차익거래 기회를 축소하는 수준의 거래세 부과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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