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업자까지 포함…정부 집계 2개와 큰 차이
내년초 주류산업 진입규제완화 앞두고 협회 반발
내년초 주류산업 진입규제완화 앞두고 협회 반발
‘2 대 270’이냐, ‘90 대 259’냐?
최근 한국 대 일본의 맥주회사 숫자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주류산업협회 사이에 때아닌 공방이 불거졌다. 그 이면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류산업 진입규제 개선에 반기를 들어온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이 깔려 있다. 내년초쯤 국무회의를 통과할 주세령 개정을 앞두고 정부와 주류업계 간의 막바지 공방이 재현될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발단은 지난달 26일 공정위가 낸 ‘주류산업 진입 장벽’과 관련된 보도자료에서 비롯됐다. 이날 공정위는 “우리나라는 주류의 84%를 차지하는 맥주와 소주회사(희석식)가 각각 2개와 10개뿐”이라며 “대폭 규제를 풀어 온 일본은 각각 270개와 113개의 업체가 다양한 맛을 무기 삼아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를 한국과 일본의 주류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숫자’로 소개했다. 국내 주류 제조시설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사흘 뒤인 29일,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협회는 “공정위 통계와 달리,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맥주회사는 90곳, 일본은 259곳”이며 “맥주 브랜드 수를 보면 국내 2개 대형 맥주사가 19개를 보유하고 있어 일본 5개 맥주사의 31개 브랜드에 견줄 때 한국이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차이는 소규모 맥주 제조회사(마이크로브루어리) 88곳의 포함 여부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다시 재반박 자료를 내어 “(주류협회 쪽이 포함한) 소규모 맥주는 제조자의 영업장 안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하우스맥주’로 슈퍼 등에서 판매하는 일본 소규모 맥주(지비루)와는 차이가 크다”며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갑론을박’은 근본적으로 주류산업 진입규제 개선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2011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파격적’ 규제 완화 조처를 담은 주세령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주류회사들의 제조시설 기준을 대폭 허물어뜨려 중소 맥주회사들을 대거 양산시킨다는 데 있다.
맥주 제조시설의 경우, 용량기준(발효조)을 현행 1850㎘ 이상(후발효조 기준)에서 100㎘로 낮출 방침이다. 술병으로 따지면 500㎖짜리 370만병에서 20만병으로 시설기준이 크게 완화된다. 각 지역별로 중소규모의 맥주제조회사가 많이 생겨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본은 특정 시설요건 없이 품목별로 연간 최저생산량 기준을 2000㎘에서 60㎘로 완화한 결과 270여곳의 맥주제조사가 활발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완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반면에 주류업계는 외려 제조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외국제품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조시설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것은 제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해로운 음주를 줄이도록 권고하는 상황이라는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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