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 환율하락 영향은
달러 약세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도 갈수록 탄력이 붙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70원이나 급락한 111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달 새 원화 절상률은 4.12%로, 엔화(0.97%), 위안화(1.76%), 대만 달러(2.1%)를 크게 웃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 평균 환율을 1100원으로 예상했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경우,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80%에 이르고 있어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대략 2000억원의 매출 감소를 입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얻은 환차익을 공격적인 마케팅 재원으로 사용했던 효과도 더는 누리기 힘들게 됐다. 가슴을 졸이기는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원화 강세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유럽, 일본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엘지(LG)전자 관계자는 “국외 생산 물량이 많은 휴대전화보다는 국내 생산이 많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부문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국내업체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분야의 경우엔, 아직은 다소 여유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손해야 있겠지만 환율 900원대에서 경쟁력을 키워왔고 품질 경쟁력이 있는 회사들이라 가격 상승에 따른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항공·정유·철강업계는 비교적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떨어지면 외국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다 항공기 리스비 등 외화 부채가 줄어들어 되레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처지다. 환율이 10원씩 떨어질 때마다 대한항공은 5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8억원씩 이익이 늘어난다. 물론, 수출 화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정유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유를 수입할 때 잡아놓은 외화표시 부채에서 환차익이 발생하지만, 수출이 전체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영업이익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
황예랑 정혁준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