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65살 이상만 예외로
‘1인’ 71%인데 사실상 시늉만
‘1인’ 71%인데 사실상 시늉만
정부가 홀로 사는 빈곤층이 대부분인 쪽방·고시원 등을 대상으로 ‘주거취약계층 전세임대 지원사업’을 벌인다고 홍보해 놓고, 정작 지원 대상에서는 ‘1인 가구’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런 조처는 관련 법규를 그대로 남겨둔 채 정부 부처와 실무 기관 사이의 공문으로만 은밀히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토해양부의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공급계획 통보’ 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재단 등에 지난 5월 공문을 보내 “쪽방·비닐하우스 등 주거지원사업의 대상이 4월부터 고시원·여인숙까지 확대됐다”며 “전세임대의 공급기준을 2인 이상으로 하고, 1인 가구는 장애인과 65살 이상만 예외적으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에서 1인 가구를 제외하면 사실상 취약계층 전세임대 사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지난 5월 주거복지재단이 임대주택에 입주한 296가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인 가구가 71%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쪽방·고시원 등을 지원하면서 1인 가구를 제외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쪽방 주민들이 전세임대를 신청하러 갔다가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인 가구는 전세임대가 아닌 매입임대를 신청하면 된다”는 태도다. 전세임대는 입주자가 원하는 주택을 정부가 빌린 뒤 재임대하는 방식이고, 매입임대는 정부가 구입한 주택을 취약계층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국토부가 김진애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6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의 1인 가구용 매입임대 재고 물량은 전국에 총 376채뿐이다. 이에 반해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전국 쪽방 거주자는 6285명이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정부는 또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도 예산은 줄였다. 지난해 예산은 46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456억원에 그쳤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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