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성격과 과제
‘신자유주의’ 내건 G8 주요의제 주도 여전
글로벌 경제위기 저지 등 일부 성과 있었지만
투기자본 규제 등 선진국 소극태도로 불투명
‘신자유주의’ 내건 G8 주요의제 주도 여전
글로벌 경제위기 저지 등 일부 성과 있었지만
투기자본 규제 등 선진국 소극태도로 불투명
강대국간 ‘환율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11월11~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G20은 기존 G8과 달리 대륙별 거대 신흥국가들을 거의 포괄하는 국제 경제협의의 ‘최상위 포럼’으로, 신흥국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주요 의제들을 주도하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 G20의 성격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동대응 차원에서 2008년 11월 만들어졌다. G8(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은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을 비롯한 브라질·인도·한국 등 신흥국의 협조 없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G20으로 외연을 넓혔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G8은 비공식 포럼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핵심 이념으로 국제 경제질서를 조율해왔다.
G20은 주도세력인 선진국들이 위기를 초래했던 기존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하지 않으려 하고 후진국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신흥국가들이 국제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중심부로 진입하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G20이 가까운 시일 내 G8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장이 G8에서 G20으로 이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성과와 한계 G20 정상회의는 그동안 4차례 회의를 통해 나름의 성과를 냈다. 우선 2008~2009년 세계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공조와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합의함으로써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깊은 불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냈다. 또 금융위기 주범인 선진국 대형 금융기관들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는 금융규제안을 만드는 것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계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애초 합의했던 개혁안의 추진이 주로 선진국들의 반대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국제통화기금 개혁이다.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과 유럽의 과다 대표권을 줄이고 신흥국 발언권을 높이려는 개혁안이 의제에 올랐으나, 선진국들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과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본에 대한 규제안도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하려는 선진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안정망의 경우에도 일부 선진국의 반대로 중앙은행간 다자 통화스와프 등 핵심 개혁안이 무산된 상태다.
■ 서울 회의의 과제 서울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는 크게 다섯가지다. 거시경제정책 공조, 금융규제 개혁, 국제통화기금 개혁 등 기존 의제에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 개발의제 등 두가지가 추가됐다. 환율 문제는 거시경제정책 공조 의제에서 논의된다. 추가된 의제는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제안한 것들이다. 글로벌 금융안정망은 금융충격이 발생하면 신흥국에서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위기에 대비하려는 것이고, 개발의제는 인프라, 인적자원 등의 개선을 통해 후진국 개발을 지원하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이창용 기획조정단장은 “선진국이 끌고 가는 의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연결해서 신흥국, 후진국의 시각을 접목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장국으로서 좀더 적극적으로 신흥국이나 후진국 입장을 대변하는 의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토빈세다. 토빈세는 단기성 투기자본의 유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한국 같은 소국 개방경제 국가에 유리한 제도인데, 우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며 의제로 올리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최근엔 ‘환율전쟁’으로 ‘G2’(미국과 중국)간 대결국면이 조성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도 과제로 던져졌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다음달 11·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공사 현장 외벽에 정상회의를 홍보하는 대형 그림판이 설치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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