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 상속 증여세 관련 주요 논란
상속재산 차명보유 뒤 뒤늦게 납부
가산세 외 제재없어 과세체계 허점
가산세 외 제재없어 과세체계 허점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태광그룹을 상대로 국세청이 80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물린 사실(18일치 1면 참조)이 밝혀진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거액의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 과정에 커다란 허점이 드러나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7~2008년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은 고 이임룡 전 회장이 이호진 회장한테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의 18%가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됐음을 밝혀내, 800억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세청은 태광그룹이 대주주 일가의 수천억원대 상속재산을 고의로 숨겨둔 사실을 알고서도, 가산세를 물리지도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상속세법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 최고 세율인 50%를 적용하며, 고의로 상속재산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가산세까지 물리도록 하고 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선 검찰에 고발해 형사책임까지 물도록 하는 게 징세 당국이 할 일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단지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그동안 과세당국이 적극적인 과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재벌들이 거액의 상속세 납부를 피한 사례는 많다. 2009년 12월 씨제이(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다 살인미수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 전 재무2팀장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이씨는 “본인이 관리하던 차명재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씨제이그룹이 1700억원이 넘는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경우엔, 아예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상속세 시효(15년)가 이미 끝나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 김승연 회장이 차명계좌 형태로 보유해온 상속재산을 놓고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역시 해당 재산의 50%를 국세청에 추징당하고 나머지를 ‘실명화’하는 쪽으로 검찰 수사가 결론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거액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재벌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국세청의 미온적 태도 탓이다. 태광그룹 사건에서도 국세청은 관련자들을 사법당국에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 고발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의성 여부”라며 “탈루액 규모 자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액의 차명재산을 굴렸는데도 ‘고의성 없다’는 국세청의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회계사는 “사후적으로 차명재산이 드러나더라도 가산세 외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재벌들이 굳이 미리 상속세를 낼 유인은 줄어들 것”이라며 “고의성은 물론이고 탈루 규모가 일정액을 넘으면 반드시 고발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성 황춘화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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