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개막전 회원국간 ‘별도 모임’ 열어
윤증현 장관-중 인민은행장 회담 불발
윤증현 장관-중 인민은행장 회담 불발
22일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는 회원국들 사이의 ‘장외’ 신경전도 치열했다.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은 미국이 신흥국의 통화가치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 공동으로 반발했지만,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공조를 취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등과 연쇄적으로 양자회담을 하고 환율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과의 양자회담은 불발됐다. 우리 정부 쪽에서는 “일정이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의장 안팎에선 중국 쪽이 환율전쟁 해법과 관련해 미국 쪽에 기울고 있는 한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주요국의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환율전쟁’이라고 처음 지칭한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브릭스 4개국이 이번 회의를 앞두고 별도 회의를 열었다고 인도 재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재무장관들도 이날 공식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따로 만났다. 환율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선진국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조금씩 갈리면서 이견을 좁혀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국가들은 이날 저녁 안압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도 함께 늦게 도착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적극적 언론 공세도 폈다.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전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이날 개막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달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재무장관 회의의 성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서울 정상회의가 정말 성공해야 하고 이는 오늘 계신 여러분들의 손에 달렸다”며 “(환율 문제 등에 대해) 합의를 안 이룬다면 돌아가실 때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가동 안 할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경주/정혁준 황보연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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