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딜러들이 외환거래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915.71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은 1116.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닷새만에 1100원대
대만 등 아시아권 통화도 강세
대만 등 아시아권 통화도 강세
25일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 주말 ‘경주 합의’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는 모습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116.30원으로 6.7원 떨어지며 닷새 만에 다시 1110원대로 하락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4%(+0.01)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지수는 환율전쟁이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안도감에 1915.71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만이 아니라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들의 통화 가치는 모두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 가치는 1.40달러대로 급등했고 엔화도 달러당 80엔대로 상승했다. 대만,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시아 나라들의 통화도 강세를 보였다. 경주 회담에서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하자고 합의함에 따라 각국의 시장개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5000억원이 넘는 매수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시장에 강하게 베팅했다. 애초 회담의 결과가 ‘시장지향적’ 수준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시장결정적’으로 한발 더 나아간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앞으로 아시아 통화의 절상 폭과 속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이 절상의 속도 조절까지 포기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과세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국 자금 유입을 억제하면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며 “중국도 위안화 절상을 시작했지만 선진국이 원하는 것만큼 빠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절상의 방향 자체는 맞지만 숨은 고르면서 갈 것이라는 얘기다.
경주 회담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무역수지 흑자를 조절하기로 했는데, 무역수지 자체가 제로섬 게임이라 눈여겨봐야 한다”며 “(환율전쟁 같은 국제 이슈가) 역사적으로 단기간에 순조롭게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어떤 구속력 있는 결과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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