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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산업은행 1곳 더 늘어난 꼴

등록 2010-10-28 10:16

주요 구조조정기업 주식 소유 현황
주요 구조조정기업 주식 소유 현황
산은 지주-정책금융공사 분리, 그후 1년
민영화 더디고… 정책금융 업무 겹치고…
투자은행 위험성 불거져 산은 민영화 회의론 확산
정책금융공사 인력 급증 중소기업 지원비중도 낮아

산업은행(이하 산은) 민영화를 위한 1단계 조처로 정책금융 기능을 따로 떼어내 정책금융공사(이하 공사)를 설립하고 산은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28일로 만 1년이 된다. 그러나 산은의 민영화는 지지부진하고, 정책금융공사는 ‘몸집 불리기’에 바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이 두 개로 늘어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산은 민영화 방향 명확히 해야” 산은 민영화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민간 금융회사들의 기능이 커지면서 나타난 ‘시장 마찰’ 현상을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자금 조달 면에서 유리한 산업은행이 민간영역에서 경쟁하게 하지 말고, 민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정부는 애초 2012년까지 민영화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2014년 5월까지로 늦춘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개정 산은법이 통과된 뒤 5년 이내에 지분을 팔도록 돼 있다”며 “그때까지 한주라도 팔면 된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하루 아침에 민영화해 버린다는 걸 원하지 않는 등 지형이 상당히 복잡하다”며 “시간이 갈수록 동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조직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로 투자은행의 위험성이 불거지면서 정부 내에서조차 민영화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때부터 슬그머니 나오기 시작한 말이 시아이비(CIB, 기업금융중심 투자은행)라는 말이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산은 내부에서도 민영화 방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예전에는 투자은행으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업은행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심지어는 옛날 산업은행 시절이 제일 좋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분할이 진행된 만큼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방향을 명확히 하고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몸집’ 불리는 정책금융공사 1년 전 산은으로부터 분리할 당시 95명이었던 공사의 인원은 지난 9월 말 현재 203명에 이른다. 공사는 2012년까지 300명, 2015년까지 500명으로 인원을 늘리고 지방 점포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영업을 하려면 지방 점포와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의 이런 움직임은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넘겨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자 했던 정부의 애초 의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산은 민영화의 또 하나의 논거는,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등 자금운용 기조가 바뀌어 산은의 정책금융 지원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애초 공사의 출범 초기에는 공사 인원을 최소화하면서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을 서서히 넘기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기능 중복과 세금 낭비의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주로 중소기업에 온랜딩(대출심사는 시중은행이 하고, 공사는 돈을 대주기만 하는 방식의 대출) 해주는 역할인데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멀쩡한 조직을 놔두고 새로 조직을 만들어 일감 주고 사람 늘리는 건 국가 경제력의 낭비”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산은을 민영화해서 그 돈으로 정책금융공사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민영화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 업무를 똑같이 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낭비이며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기능 중복은 처음부터 내재된 문제였다. 주요 구조조정 기업 주식의 경우 원래 정책금융공사가 대부분 가져가기로 돼 있었는데, 산은이 반발하면서 적당히 나눠 갖는 것으로 정리됐다. 현재 정책금융공사는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건설, 에스케이네트웍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양회, 에스티엑스 팬오션, 현대종합상사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체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공사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은 전체의 42.7%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대한 대출이 41.3%나 된다. 이에 따라 제2의 산업은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사 쪽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입장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7일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체성 문제는 태생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산은이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되면 공사의 구실과 존재 이유에 대해 시장이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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