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직자 “강만수 등 안대표에 압력”
강 특보 “이 대통령 감세공약 못 바꿔”
최고위에선 “소통 오류탓” 입단속 나서
강 특보 “이 대통령 감세공약 못 바꿔”
최고위에선 “소통 오류탓” 입단속 나서
“어째서 단순한 감세 정책 검토 지시가 감세 철회로 보도됐는지 개탄스럽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 철회 혼선’을 배은희 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의 소통 오류 탓으로 돌리며 ‘입단속’을 주문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오해에서 빚어진 것으로 당내 혼선은 없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부자 감세 철회’를 둘러싼 여권의 논쟁은 안 대표가 26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주창한 ‘개혁적 중도보수 노선’의 진정성과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 논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부자당 이미지 불식을 위한 ‘부자 감세의 선제적 철회’를 역설해온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날 안 대표 면전에서 “한나라당의 속도 중도개혁이어야지 국민들이 중도개혁이라 느끼지, 속이 아니면 아무리 중도개혁이라고 포장해도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가 감세 철회 검토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그의 ‘개혁적 중도 보수론’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소장파인 김성태 의원도 이날 개인논평에서 “대기업과 부유층 위주의 감세는 당·청이 목청 높여 외쳤던 친서민 공정사회 그 어느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나라 곳간을 비우고 부자들과 대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것 외에 부자 감세의 효과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음에도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견강부회일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조차 극단으로 엇갈렸다. 권영세·김성식 의원은 “더 이상 감세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미 88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도 그 이하 소득까지는 감세혜택을 보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소득재분배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부자감세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반면 나성린·정양석·강길부·유호일 의원 등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 세금폭탄’에 대한 정책적 대안으로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약속했다”며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표를 의식해 물러서거나 기조를 바꿔선 안 된다”고 맞섰다. 이한구·이종구 의원 등 일부 기재위원들은 “법인세는 인하하되, 소득세 인하는 유보”하는 ‘절충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팎에선 “선거를 의식해 부자와 서민의 표를 모두 얻으려는 당의 계산과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주창해온 청와대의 인식차가 빚어낸 딜레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고위당직자는 “안상수 대표도 처음에는 감세 철회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와 청와대 관련 참모 등 윗선에서 태클이 들어온 것 같다”며 감세철회 혼선의 배후로 청와대와 강 특보를 지목했다. 친이명박계 한 핵심 의원도 “감세는 이명박 정부 출범의 핵심 기조”라며 “이 대통령과 청와대도 감세 철회를 반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강만수 특보는 이날 <헤럴드 경제>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감세)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특정 정치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며 감세 철회를 반대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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