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휩싸여 물러난지 15개월만에
“경영위기 초래한 사람이…” 비판 거셀듯
* 박삼구 : 명예회장
“경영위기 초래한 사람이…” 비판 거셀듯
* 박삼구 : 명예회장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15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적으로 다시 나선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그룹 경영위기를 초래한 옛 경영진이 서둘러 복귀함에 따라, 기업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9일 오후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어 “11월1일부터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강력한 리더십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차원의 위기가 불거지는 와중에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이 커지자 지난해 7월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설은 지난여름부터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7월31일 박 명예회장은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워크아웃중인 계열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선 비장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기필코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조기 경영 복귀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어 금호 계열사 경영진들도 “채권단도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삼구 명예회장의 복귀에 공감하고 있다”,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빠른 시일 안에 복귀할 걸로 생각한다”는 등의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며, 경영 복귀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가 현실화함에 따라 경영 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 이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영학)는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인 상태에서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주주 일가가 다시 경영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이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는 것이 금호그룹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금호타이어가 2008년 페이퍼컴퍼니인 비컨과 이면계약을 맺고 자기 돈을 대어 지분을 인수하면서 마치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난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의 감자로 대주주 일가의 지분은 상당부분 희석됐다”며,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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