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쪽 “직영점만 아니면 돼”
상생·유통법 표류 피해 확산
상생·유통법 표류 피해 확산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광역시도의 사업 일시정지 권고에 따른 공사 중단 요청을 사실상 무시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가맹점 전환 개점을 강행했다. 이는 관련법 개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광역시도가 사업조정 제외와 사업 일시정지 해제 통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대기업이 가맹점 영업을 밀어붙인 첫 사례여서 법 개정을 미루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29일 “충청북도 청주시 용암동에서 직영점 슈퍼가 가맹점으로 전환해 28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며 “충청북도에서 일시정지 해제 통보를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내부 법리 검토 결과 굳이 관련 통보를 받지 않더라도 영업을 개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가맹점 슈퍼도 사업조정 대상으로 명시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은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언제 처리될지 불분명한 상태다.
문제가 된 점포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직영점 슈퍼를 내려고 했으나 그해 8월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일시정지 권고가 떨어지면서 개점 작업이 중단됐다. 이후 중소상인들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홈플러스는 가맹계약을 맺고 지난 1일 사업자 등록을 마친 데 이어 28일 일부 상품 진열만 해놓고 영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충청북도는 일시정지 권고중에 있는 점포의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홈플러스 쪽에 두 차례나 보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상생법의 명시적 개정 이전에는 광역시도의 일시정지 해제 통보 여부와 상관없이 가맹점 전환 개점을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다. 홈플러스 쪽은 “현행 사업조정 지침을 고려할 때 관할 세무서에 사업조정중인 직영점 슈퍼의 폐업신고만 하면 사업조정 대상이 자동 소멸되어 광역시도의 일시정지 해제 통보는 따로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법과 지침 아래서는 광역시도가 가맹점 전환 개점에 행정적으로 개입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선언인 셈이다. 홈플러스는 또 용암점의 경우 직영점 추진 시절 사업자 등록을 마치기도 전에 일시정지 권고를 받은 사례여서 폐업신고 절차조차 필요없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광역시도의 개점 제어를 무시하는 배경에는 상생법 처리를 미루는 여당의 태도와 함께 가맹점 전환중인 기존 점포를 사업조정 대상에서 모조리 배제하기로 한 사업조정 지침안을 마련한 정부의 무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들은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생법이 통과되지 않아 상인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며 규제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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