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3000억 달러 돌파 예상…‘적정성’ 논란일듯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3000억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은행이 2일 내놓은 ‘10월 말 외환보유액’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933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9월(2897억8000만달러)에 견줘 35억7000만달러 늘어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외환보유액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로,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등락을 거듭하며 1월(2736억9000만달러), 4월(2788억7000만달러), 7월(2859억6000만달러) 차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8월(2854억5000만달러) 들어 잠시 줄어들었으나 9월 다시 최고치를 찍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한근 한은 국제기획팀 차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유로화와 엔화 등으로 보유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뉴욕 기준으로 엔과 유로는 각각 2.1%, 3.7% 평가절상(통화가치 상승)됐다. 미국이 달러를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 2차 양적완화책을 공식화한 뒤 달러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의 외화자산 중 달러 비중은 63.1%, 나머지는 유로·엔·파운드 등 기타통화 표시자산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선 글로벌 ‘환율전쟁’ 과정에서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적극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외환보유액 규모가 비슷한 다른 신흥시장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늘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라는 지위 때문에 외환시장 개입(달러화 매수)에 부담스러워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환보유액 상위 10위권 국가 가운데 9월 증가액은 우리나라가 44억달러로 가장 적었다. 중국은 3분기에 월평균 647억달러를 불렸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일본이 9월 한 달 사이 395억달러를 쌓았고 같은 기간 스위스·브라질·러시아는 100억~200억달러가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외환보유액이 올해 안에 3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는데다 주식·채권시장으로 달러 유입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게 되면 외환당국의 환시장 미세조정 과정에서 달러화 매입량이 증가하게 돼 외환보유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보유액이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능력을 보증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강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만큼 시중에 원화가 풀리고, 이를 다시 흡수하려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러면 통안증권의 이자지급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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