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야 법안, 단가 연동제·집단교섭권 부여 등 ‘제각각’
병합심사 격론 벌일듯…동반성장 후속조처 곳곳 ‘삐걱’
병합심사 격론 벌일듯…동반성장 후속조처 곳곳 ‘삐걱’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국회에선 정부 대책이 담긴 하도급법 개정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민간 자율에 맡겨둔 중소기업 적합 업종 선정 작업도 대-중소기업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허태열 의원(한나라당) 입법 발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 신청권을 주고, 대기업의 하도급 대금 부당감액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규제하는 등의 내용이 뼈대다. 김상준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이날 “연말까지 법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납품단가 조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일부에서도 정부안과는 별도로 관련법 개정안을 냈기 때문에 병합심사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민주당 박선숙·이성남 의원 등이 제출한 하도급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현행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대신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집단교섭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급격한’ 원재료 가격 변동이 있을 때 납품단가 조정 협의 신청권만 한시적(3년)으로 협동조합에 부여하기로 한 정부안과는 차이가 크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개별 하도급업체들이 대기업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신청권’뿐 아니라 ‘협의권’도 부여해 사실상 집단교섭이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게다가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차원에서도 협동조합에 집단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별도로 제출한 상태다. 김기현 의원(한나라당)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국회에 냈다. 이 개정안에는 집단교섭권 부여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유망기술을 가로채는 대기업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정부안에 비해 훨씬 강력한 규제 내용이 담겼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오는 24일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그동안 제출된 유사 법안들이 한꺼번에 심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을 정하는 작업도 합의 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데다, 이미 대기업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종도 있다”며 “양쪽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7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에 따른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 시도를 자제시키는 차원에서 민간 자율로 중소기업 적합 업종 등을 선정하도록 한 바 있다. 조만간 지식경제부가 발주할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토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본격적인 샅바싸움이 벌어질 예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후속 조처의 일환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장에 출입해 원가 내역 등을 조사하는 행위를 부당경영간섭행위로 규정하는 등의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기술자료 요구가 가능한 사례와 위법인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의사에 반해 사업장에 출입해 원가 내역과 생산 과정, 투입 인력 등을 실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 절차·지원 등에 관한 기준’을 바꿔, 대기업이 구매담당 임원을 평가할 때 기업상생 실적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황보연 김경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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