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이익
현대건설 15일 본입찰 앞두고 매각방식 비판 목소리
채권단 매각차익 1조 꿩먹고 범현대가는 건설 챙길판
국민주 공모·우리사주조합 인수 ‘발상의 전환’ 필요
채권단 매각차익 1조 꿩먹고 범현대가는 건설 챙길판
국민주 공모·우리사주조합 인수 ‘발상의 전환’ 필요
‘흥행엔 성공, 비평 점수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오는 15일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막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흥행을 고려해 채권단은 애초 12일로 잡혀 있던 마감일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로 미루기까지 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인수 희망 가격을 얼마나 높여 쓸지, 현대그룹의 ‘우선매수청구권’ 주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흥미를 끈다.
하지만 흥행과는 별개로 인수전을 평가한다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애초 경영 부실로 몰고간 책임을 져야 할 범현대가가 이제 와서 서로 ‘원래 주인’이라고 싸우는 모습은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지나친 고가 매각으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때처럼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인수전 ‘은막의 승자’는? 이달 중순 우선인수협상대상자가 발표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가운데 한쪽은 승자로, 다른 한쪽은 패자로 엇갈린다. 하지만 인수전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막대한 매각 차익을 챙길 채권단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건설 주가(9일 종가 7만26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조금만 얹어 팔아도, 채권단은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얻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내다본다. 이뿐이 아니다. 매각에 성공할 경우, 은행연합회가 정한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매각 준칙)’ 13조에 따라 자금관리와 주관업무를 맡은 채권기관은 ‘특별보수’까지 챙긴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지난 8일 주요 채권기관인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을 향해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매각은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임동진 현대건설 노조위원장은 “채권단은 이미 배당금, 퇴직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 등으로 상당한 몫을 챙겨갔다”며 “매각에 따른 이익의 절반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수전에서 이긴 쪽은 국내 1위 건설업체를 가진다는 점 등 여러모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채권단은 ‘부실 책임이 있는 옛 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자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는 매각 준칙에도, 범현대가를 예외로 인정해 문을 열어줬다.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등 시장에서는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한 기업을 원래 기업주 품에 돌려주는 걸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대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주장하면서 법정 소송까지 벌일 경우 ‘워크아웃 기업을 재벌한테 다시 넘기는 평가기준이 타당하냐’는 근본적인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아예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던 범현대가를 참여시킨 건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며 “현대건설과 신용거래액이 여전히 많은 은행들로선 당장 매각 가격을 높여 단물을 빼먹기보단 안정적인 대주주한테 회사를 넘기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 ‘윈윈’하는 매각 해법은? 채권단이 현대건설 ‘새주인 찾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더라도, 워크아웃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이미 매각에 실패한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인수 의향 기업의 자격이나 자금 동원 능력, 매각 방식 등의 문제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터다.
대우조선 매각 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이미 불붙은 상태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주 공모 방식을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매각이 2년여를 끌면서 회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국민주 방식이든 대주주 인수든지 간에 채권단이 중장기 전략을 노조와 먼저 협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달 중 산업은행과 관계 기관에 공식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과연 이들 기업 매각 작업은 현대건설의 경우와 다를 수 있을까? 우선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 비용은 정책금융기관 자금 등 사실상의 공적자금 형태로 사회가 부담한다. 반면 경영 정상화에 따른 편익은 매각차익이나 기업 인수의 형태로 소수 채권단과 재벌이 챙겨간다. 포스코와 케이티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기업 지분을 분산해 팔거나, 쌍용건설처럼 우리사주조합에도 우선인수권을 주는 방식은 ‘편익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꼽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한걸음 나아가 ‘바위-자갈-모래알’에 빗댄 새로운 기업 지배·소유구조 모델을 제안했다. 지분의 상당부분을 경영능력을 가진 대기업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면, 일부는 국민주(모래알) 방식으로, 또 일부는 장기적으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자갈)에 넘기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온 기업 매각의 병폐를 해결하려면,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어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대우조선 매각 방안을 둘러싼 논의는 이미 불붙은 상태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민주 공모 방식을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매각이 2년여를 끌면서 회사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국민주 방식이든 대주주 인수든지 간에 채권단이 중장기 전략을 노조와 먼저 협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달 중 산업은행과 관계 기관에 공식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과연 이들 기업 매각 작업은 현대건설의 경우와 다를 수 있을까? 우선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 비용은 정책금융기관 자금 등 사실상의 공적자금 형태로 사회가 부담한다. 반면 경영 정상화에 따른 편익은 매각차익이나 기업 인수의 형태로 소수 채권단과 재벌이 챙겨간다. 포스코와 케이티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기업 지분을 분산해 팔거나, 쌍용건설처럼 우리사주조합에도 우선인수권을 주는 방식은 ‘편익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꼽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한걸음 나아가 ‘바위-자갈-모래알’에 빗댄 새로운 기업 지배·소유구조 모델을 제안했다. 지분의 상당부분을 경영능력을 가진 대기업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면, 일부는 국민주(모래알) 방식으로, 또 일부는 장기적으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자갈)에 넘기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온 기업 매각의 병폐를 해결하려면, 기업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어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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