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 책임있는 정책 펴야” 후진타오 주석, 미 겨냥 정면펀치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막내린 12일 각국 정상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성공’의 기준도, 속내도 달라 불씨가 계속 남았음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의 위안화 압박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마지막날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사실상 정면펀치를 날렸다. 후 주석은 “주요 기축통화국은 책임 있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이 금융 리스크에 대처하는 능력을 제고시키고 외환 유동성 리스크의 근본적인 모순을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 애초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맞공세’ 정도로 해석됐으나, 후 주석이 직접 이를 강조한 것은 실제 미국의 조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이 사실상의 ‘강제적’ 위안화 절상 효과로 나타나는 조짐이 보이는데다 중국이 가진 2조4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에도 큰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국제 금융체제 개혁과 보호무역주의 반대, 협력적 발전, 발전 격차 해소 등 4가지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기본틀을 개선하고 협력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또 “회원국들이 각국의 서로 다른 상황과 발전단계를 고려하고 각국이 선택한 발전방안의 자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다른 정상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경상수지 폭을 제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가장 맹렬히 공격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성공적인 회의였다”고 기자들에게 말하면서 경상수지 폭 제한 움직임이 실패한 사실을 언급했다.

차기 의장국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환율 문제에 대해) 초기에는 긴장이 있었으나 결국 나중에 모두 이를 가라앉히는 데 공헌했다”고 말하면서도 “국제 통화시스템의 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금융 거래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으로 하자는 기존 중국의 주장에 브라질, 러시아가 가세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 개혁이 최대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을 예고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새 임무는 루블을 준비통화(기축통화)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달러·유로·엔·파운드로 이루어진 특별인출권에 루블화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장관도 이날 특별인출권을 국제간 금융거래 수단으로 하자며 자국의 레알화, 중국의 위안화가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율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들 사이 이 문제는 더 명백해지고 논의의 대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