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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달러 독재’ 저물고, 기축통화 ‘백가쟁명’ 시대로

등록 2010-11-14 20:12수정 2010-11-15 08:53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체제 개선, 내년 프랑스 G20 회의 의제로
금 본위제도 불가능…유로화 재정·위안화 거래 ‘한계’
IMF 특별인출권(SDR)에 위안화 추가한 ‘대안’ 모색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현행 국제통화체제를 바꾸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가 중국과 공동으로 기축통화 문제를 의제로 다루겠다고 이미 천명한데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국제통화체제의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개편 논의 배경 G20 서울 정상회의는 지난 12일 선언문에서 “국제경제의 시스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통화체제를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내년에 추가적인 분석과 제안을 검토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의 직후 프랑스와 중국 외에도 브라질과 러시아는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통화바스켓(기준환율을 산정할 때 적정 가중치에 따라 선정되는 구성통화 꾸러미)에 자국의 통화인 레알화와 루블화를 넣어야 할 것이라는 제안까지 하고 나섰다. 지난 8일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 등 주요 통화를 중심으로 통화 시스템이 재편될 필요가 있고, 금을 인플레와 디플레, 향후 통화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를 가늠할 국제적인 준거 기준으로 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야흐로 국제통화체제의 백가쟁명 시대가 됐다. G20 서울 정상회의 협상에 참가했던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 협상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턴우즈체제 협상은 대공황 이후 금본위제가 붕괴되면서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절하로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2차 대전 종전을 앞두고 국제통화질서를 안정시키고자 연 회의를 말한다.

1973년 금본위제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시작된 현행 체제는 달러를 기축통화(국제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 한 변동환율제도를 말한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행 체제는 ‘달러 본위제’로 불리기도 한다.

통화체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올 들어 달러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위기에 빠졌던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에는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가치는 2008년 3월의 사상 최저치를 다시 위협할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지난 5일 현재 유로지역, 일본, 영국 등 주요국 통화의 가중평균치에 대한 달러 가치는 70.98로 2002년 1월 대비 37%나 폭락한 상태다. 지난해 3월 고점에 견줘서도 17%나 하락했다.(그래픽 참조)

달러가 추락하면 달러나 달러표시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다른 통화나 상품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게 된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2.7%(10년물)~4.2%(30년물) 수준인데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손실이 불가피한 탓이다. 주요국들의 대외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70% 이상에서 2008년에는 63%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달러 매도가 시작되면 국제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달러의 시대가 수십년이 아니라 수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통화는? 현재 통용되는 화폐 가운데 대안으로는 유로와 중국의 위안화가 거론된다. 그러나 유로는 지난해 남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달러의 지위를 대체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위안화는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본위제로 회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3일 “금 생산량이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찍고 고갈되고 있는데다 가격변동성이 크고 디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서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다. 특별인출권은 1969년 국제통화기금이 회원국의 출자금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가상통화다. 달러(44%), 유로(34%), 엔(11%), 파운드(11%)의 가치를 가중평균해서 계산하며 회원국들은 긴급하게 필요할 경우 이것을 제시하고 4개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언급한 것처럼 이들 4개 통화에 위안화를 추가한 특별인출권이 달러를 대신한 기축통화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각각 자국의 통화가 여기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국제사회의 논의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달러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쌍둥이 적자(경상적자+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인플레가 심각해져 달러약세가 가속화할 경우 달러 시대의 종말은 시간문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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