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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정은, 빚 얻어 배짱 베팅…시장은 ‘승자의 저주’ 우려

등록 2010-11-16 20:01

자금력 앞선 현대차에 밀리며 인수전 고전
동양종금 등서 1조 지원 물어와 ‘극적 반전’
계열사 자금지원 부담 커 ‘제2의 금호’ 경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국 이겼다. 16일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현대그룹은 현 회장 ‘경영권 방어’와 옛 현대그룹의 적통성 승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 현대건설 주가(16일 종가 기준 주당 6만2200원)의 갑절이 넘는 인수 가격 5조5000억원(주당 14만1000원)에 ‘풀 베팅’하기 위해 외부에서 끌어들인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제2의 금호’ 또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그룹 스스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듯이,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한 인수 대결은 내내 힘겨웠다. 우선 현금성 유동성만 10조원이 넘는 현대차의 자금력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막판엔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하려던 독일 회사와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동양종금증권과 프랑스 2위 은행인 나티시스은행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면서 ‘반전’을 꾀했다. 두 회사로부터는 1조원가량의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일단 현대상선을 둘러싼 범 현대가와의 지분 경쟁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기존 현정은 회장 등 우호 지분(43.4%)에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지분(8.3%)이 더해지면, 현대중공업(25.5%), 케이씨씨(5.1%) 등 범 현대가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현 회장은 이날 “고 정주영, 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았다”며, 옛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이어받은 데 가장 큰 의미를 뒀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로 자산 22조3000억원, 매출 21조4000억원(지난해 기준)이 되면서 재계 순위 21위에서 14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해양 엔지니어링사업 등에서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 5’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대그룹 앞엔 여전히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자금이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1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 가운데 일부를 비롯해 회사채(CB) 7500억원, 기업어음(CP) 5000억원어치 등 많게는 2조원가량을 책임져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현대증권 등도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통해 현대건설 인수에 동원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의 경우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선박 투자는 위축돼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인 동양종금증권이나 프랑스 나티시스은행한테 제공한 담보물이나 풋백옵션 계약조건이 나중에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와 맺었던 풋백옵션 때문에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야 했던 전례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본계약 체결까지 자금조달 등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한 경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했다”며 “승자의 저주는 시장의 막연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고,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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