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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물가 치솟은 뒤에야 금리인상…‘때놓친 한은’ 뭇매

등록 2010-11-16 20:24수정 2010-11-17 09:28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올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며 방망이를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올렸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기준금리 연 2.5%로
한은 “환율 불확실성 줄어”…자본유출입 규제 전제한듯
올 추가인상 가능성 일축…채권금리 폭락 ‘약발’ 의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넉 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물가 불안을 더는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물가가 4%대로 치솟은 뒤에 나온 결정이어서 ‘뒷북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금리 인상에 아랑곳없이 채권금리가 폭락하는 등 정책금리의 시장 영향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 환율 때문에 금리 못 올렸나 16일 한은이 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내놓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보면, “글로벌 환율여건의 불확실성이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는 없던 내용이다. 10월 한은은 “글로벌 환율여건 변화가 우리 경제성장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석태 에스시(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가 정부의 외국인 자본유출입 규제를 전제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치솟는 등 물가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 몰라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들어 다시 자산거품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여전히 올해 물가상승률은 2.9% 정도가 될 것”이라며 “한은은 한 달, 한 달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지 않고 전반적인 물가상승 추세를 보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았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출구전략 신호탄은 아닌 듯 한은이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금융완화 기조’가 20개월 만에 빠진 것을 놓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인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중앙은행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는 반면 경기회복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편다.

그동안 자본유출입 규제와 금리 인상설이 맞물리면서 이미 시장에선 금리가 많이 올랐다.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15일 사상 최저치인 3.05%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15일 3.47%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에 영향을 받는 시중은행 예금금리 역시 지난 10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올해의 마지막인 다음달에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에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금융완화 기조를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에서 뺀 것”이라며 “사전적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올해 안으로 금리 인상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김 총재가 ‘과거 12월 기준금리 인상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자금 수요가 많은 12월에 굳이 금리 인상을 할 필요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꿈틀거리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상이 늦어진데다 기준금리 인상폭도 크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자 시중 은행들은 일제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0.14%포인트가량 올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오락가락’ 한은 탓에 시장은 혼란 이날 채권시장에서 채권금리는 미국 국채금리 폭등에 소폭 상승하면서 출발했으나 금리 발표 뒤 하락 반전하면서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2%로 전날보다 0.15%포인트 주저앉았고, 국고채 5년물 금리도 4.03%로 전날보다 0.12%포인트 폭락했다.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 인상분이 이미 반영된데다 김 총재 발언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유나 현대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김 총재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그동안 채권을 많이 못 샀던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어 채권금리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실기한 상태라 정책금리의 시장경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고 물가도 통제 안 되는데다 일부지역 부동산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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