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기업호민관.
“공정거래지수·예산집행 문제”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규제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꾸준히 지적해온 이민화(사진) 기업호민관이 16일 국무총리실에 전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호민관실의 독립성 보장 문제 등을 두고 정부와 갈등이 불거진 게 주된 사퇴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민관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퇴 이유를 자세히 밝힐 예정이다.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인 이 호민관은 지난해 7월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호민관으로 위촉된 뒤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그는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올해 말까지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지수’(호민인덱스)를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9월 말 각계 설문조사 결과를 수렴해 지수 작성에 관한 공청회 등을 열며 의욕적으로 활동해왔다.
이 호민관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호민인덱스 작성 과정의 갈등이 중요한 이유”라며 “그밖에 예산 집행 권한이 정부에 있다 보니 생긴 갈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오후 사퇴를 알리는 전자우편을 통해 “호민관실의 규제개혁 성과는 독립성 보장과 직결되어 있다”며 “부처의 규제를 해소하는 데, 특정 부처의 통제를 받는 순간 개혁은 어려워진다는 것이 초기부터 제가 가진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형식상 독립기관임에도 정부 관계부처와의 의견 마찰로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하고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올 하반기부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뒤 ‘업적 쌓기’에 바쁜 정부 부처와 곳곳에서 갈등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호민인덱스 작성에 참여해온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주재했던 9·29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회의 뒤로, 그간 소극적이었던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태도를 바꿔 서로 동반성장 관련 지수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호민 인덱스를 다음달 발족하는 민간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발표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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