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수 의원 “재벌감세가 더 문제”…국회 예산처 “감세 철회땐 13조 세수증대”
법인세 최고세율이 예정대로 2012년부터 인하되면 국내 상위 5대 기업에 한해 5000억원 가량의 감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각종 세액공제 등으로 많은 조세감면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추가 감세로 더 큰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17일 조승수 의원(진보신당)이 법인세 추가 감세에 따른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의 법인세 감면추정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삼성전자가 2389억원을 감면받는 등 5대 기업에만 5046억원의 감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832억원, 포스코 788억원, 현대중공업 583억원, 현대모비스 454억원 등의 순으로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이런 추정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2009년 기준)에 나온 법인세 비용을 바탕으로,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2억원 초과)에 대한 세율이 현행 22%에서 20%로 낮아질 경우에 각 기업들에 돌아갈 추가 감면액을 계산해서 나왔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토대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감면총액을 추계해본 결과에서도 일부 대기업에 돌아갈 몫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감면총액 3조1675억원(2008년 귀속분 기준) 가운데 매출 5000억원 초과 기업 384곳에 돌아갈 감면액이 2조736억원에 이른다. 이들 대기업 한 곳당 평균 54억원꼴로 세금을 덜 내게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할 경우 24.20%(200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2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기업들의 세부담(실효세율)은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2007~2009년 평균 실효세율은 10.48%에 불과했다. 2008년 한해 동안에만 삼성전자가 감면받은 세액은 1조382억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법인에 대한 조세감면 총액(7조원 가량)의 15.5%에 해당한다. 일부 대기업이 감면 혜택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미국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효세율은 각각 29.26%(2007~2009년 평균), 25.75%였고, 일본 소니와 도요타는 각각 43.87%, 34.59%였다.
또 재정건전성 확보와 세수증대 차원에서 보면, 소득세보다는 법인세 감세 철회가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17일 낸 분석자료를 보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철회에 따른 세수 증가 규모는 3년 간(2012~2014년 귀속연도 기준) 2조7971억원인 반면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원점으로 되돌릴 경우엔 9조6113억원의 세수가 확보된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종합정책질의를 통해 “‘부자감세’도 문제지만 극소수 대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재벌 감세’가 더 큰 문제”라며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줄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세부담 격차도 확대할 우려가 있는 법인세 추가 감세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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