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시행 이후부터 적용” 단서 붙어
사업조정 진행 30곳 제외될수도
사업조정 진행 30곳 제외될수도
서울 성북구 정릉4동 한 아파트 상가에서 동네 슈퍼를 하는 이우창(38)씨는 한달 넘게 거리에서 불침번을 서는 생활을 해왔다.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SSM) 가맹점 입점 공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홈플러스는 이 상가에 기업형슈퍼 가맹점을 내기로 하고 지난달 초 공사를 시작했다. 이씨와 주변 중소상인들은 지난 9월 초 사업조정 신청을 내어 서울시가 곧바로 사업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지만, 홈플러스 쪽은 “사업조정 대상이 안 된다”고 맞섰다.
결국 이씨 등 중소상인들은 공사를 몸으로 막아서며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으로 명시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 통과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생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씨처럼 이미 사업조정에 계류중인 상당수 중소상인들은 개정 법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국회에 계류중인 상생법 개정안을 보면, 32조 1항에 대기업이 가맹점 슈퍼를 내는 경우에도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명시했으나 부칙에서는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사업조정이 있는 경우부터 개정 규정을 적용한다’는 단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간 가맹점들은 단서 조항에 따라 ‘소급 불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황희석 변호사는 “법 개정으로 직접적인 기존 이익 침해가 생길 때 ‘소급 불가’를 하게 되어 있는데, 단순히 사업조정 신청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 직접적인 이익 침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며 “소급 불가로 해석될 문구가 있어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 피해자들이 나올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업조정이 진행중인 60여곳 가운데 대기업이 직영점 슈퍼를 가맹점 형태로 바꾼 뒤 중소상인들과 사업조정 적용 여부를 다투는 곳은 30곳가량 된다. 소급 불가가 적용되면 이들은 자칫 사업조정의 예외가 될 처지에 놓였고, 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소상인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25일 상생법 개정안의 처리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생법 개정안의 부칙 조항을 애초 입법 취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사위가 계류중인 상생법안의 부칙 문구를 기술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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