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의회 사진 촬영때 인수 관련 ‘미묘한 신경전’
“하나은행장님, 외환은행장 옆에 서시죠.”
외환은행 인수전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19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김정태 하나은행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행장은 사진촬영 위치를 잡는 과정에서 김 행장에게 “우리 쪽이 아닌 외환은행 쪽에 서시라”며 김 행장을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쪽으로 떠미는 모습을 연출했다. ‘우리은행 인수에 신경 쓰지 말고 외환은행 인수에 신경 쓰라’는 뉘앙스였다. 하나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나섰다.
오스트레일리아 안츠(ANZ)은행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클레인 행장은 “‘굿모닝’이라는 말 밖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밝힌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이날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당국이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는 문제가 아니고, 산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난 산은의 얘기를 할 뿐이다”며 “(당국이 우려하는) 외환은행의 값을 올리는 쪽으로 원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요즘 외환은행과 뭔가 하시지 않냐”며 김 행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김 행장은 “어제 (김승유) 회장님이 말씀을 아주 많이 하셨는데 인수와 관련해선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검찰에서 전혀 소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전날 확정된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드릴 말씀 없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이들 외에 윤용로 기업은행장,민병덕 국민은행장,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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