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 경영]여성 300명 이상 고용기업 조사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육아 문제 해결을 위해 직장 보육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직장 보육시설을 한곳이라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아직 전체 기업 가운데 소수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직장 보육시설 설치현황’을 보면, 300인 이상의 여성 직원이나 500인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는 기업 가운데,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 비율은 26.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보육법 14조와 그 시행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설치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시설에 위탁하거나 노동자에게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민간 기업의 보육시설 설치 비율은 30%를 넘지 못하고 있고, 수당 지급과 위탁 운영을 포함하더라도 의무 이행률은 47.7%에 불과하다. 애초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 명단을 올해 공개하기로 예정했다가 그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 10명 가운데 1명이 육아 문제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전국 산업단지 내 1000곳의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보육시설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 내 직장을 그만둔 직원 가운데 11.5%가 육아 문제 때문이라고 답했고, 이 때문에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의 비율이 44.1%에 이른다고 밝혔다. 단지 내 보육시설의 필요성을 물어보니, 68.7%의 기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직원 복지 향상’(5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산업단지 내 보육시설 설치가 부족한 이유로는 ‘정부의 지원과 관심 부족’(38.6%)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아, 정부의 보육시설 설치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육시설로는 ‘국공립 보육시설’(81.9%)이 가장 많았고, 산업단지 내 지원 시설 부지에 설치되는 것을 가장 많이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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