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십 살리니 기업 재무구조·수익률 ‘탄탄’
[여성친화 경영] 세계로 뛰는 여성친화기업
매킨지 “여성 임원 많을수록 재무성과 우수” 보고
프랑스등 ‘임원할당제’ 추진 인재활용 적극 나서
매킨지 “여성 임원 많을수록 재무성과 우수” 보고
프랑스등 ‘임원할당제’ 추진 인재활용 적극 나서
60년 남짓한 우리 현대사에서 여성의 지위는 빠르게 상승했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여성 비율은 46%를 넘어섰고,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14%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기업에서는 예외다. 기업 내 여성의 지위 향상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물론 이는 국내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 임원 할당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 일부 나라들을 빼고는, 기업 고위직은 여전히 여성에게 넘기 힘든 장애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기업은 13곳뿐이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며 곳곳에서 변화의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성 인재를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축으로 삼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불러온 요인으로는 여성 인재의 활용도가 기업의 재무적인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점도 꼽힌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매킨지가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위민 매터>(Women Matter)라는 보고서는 이를 잘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 주요 기업들의 여성 중간관리자 및 임원 현황을 비롯해, 성 다양성 정책과 이에 대한 최고경영자들의 인식 정도 등을 꼼꼼하게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2010년 보고서’에는 2007~2009년 동안 이사회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없는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과 세전이익 등을 비교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조사 결과, 여성의 이사회 참여 비율이 높은 상위 25% 기업의 자기자본수익률은 평균 22%였다. 이사회가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기업(15%)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세전이익 격차도 컸다. 여성 임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2007~2009년 평균 세전이익은 각각 17%, 11%였다. 실제로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는 많다. 미국의 조사기관인 캐털리스트가 1996~2000년 동안 <포천> 500대 기업을 여성 임원 비율 상위 88개사와 하위 89개사로 나눠 자기자본이익률과 총주주수익률을 구해봤더니, 상위 회사들의 이익률과 주주수익률이 각각 4.6%, 32.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민 매터>는 이처럼 여성 임원 및 이사회 참여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 성과가 우수하다는 점을 들어, 성 다양성 문제를 기업 경영의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고서는 “기업 성과와 여성 인재를 연관짓기 위해서는 성 다양성 정책을 기업 운영의 상위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성 다양성 정책 수행 의지와 여성 인재 개발 프로그램의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여성 인재 활용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나라는 프랑스다. 현재 프랑스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8% 수준인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프랑스 정부는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프랑스 기업들은 3년 안에 여성 임원 비중을 20%로, 2015년까지는 40%로 늘려야 한다. 프랑스에 앞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가 거둔 성과도 자극제가 됐다. 노르웨이는 지난 2003년 기업 내 양성평등법을 시행했는데, 여성 임원 비율을 최소 40%로 규정했다. 그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법 시행 전 6%에서 지난해 말 현재 40.2%로 치솟았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도 여성 임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율은 12%, 여성 임원은 6% 수준이다. 세계여성지도자회의가 발표한 <2010 세계 기업 여성 임원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에스케이(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표기업 5곳은 이사회 여성 임원 비율 최하위권 그룹에 속했다. 조사대상이 된 국내 81개 기업 가운데 86%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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