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경영 ‘동아시아30’ 선정 평가항목
한겨레경제연구소 주관 ‘동아시아 30’
‘아시아적 잣대’로 한·중·일 사회책임경영 평가 첫 시도
‘서구 스탠더드’ 보완…공동체 중시 등 ‘지역 특수성’ 반영 ‘동아시아30’ 평가 작업은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작성·발표하는 투자지수 ‘에프티에스이’(FTSE)에 편입된 한·중·일 기업 가운데 사회책임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708곳을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3년 이내 성과를 보고한 한국 59곳, 중국 54곳, 일본 339곳 등 452개 기업이 최종 평가대상에 올랐다. (<한겨레> 8월23일치 1·16면 참조)
■ ‘동아시아30’에 나타난 특징은? 평가 작업의 기초가 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 모델’은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등 3개 부문 13개 지표들로 구성돼 있다. 지표별로 해당 기업이 얻은 점수는 활동 성과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며, 지표별로 가중치를 적용한 뒤 합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평가 작업에선 아시아 지역 사회책임경영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몇가지 특징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이 한국과 중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활동 성과를 드러낸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본에선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해 도레이, 코니카미놀타홀딩스, 후지필름 등 모두 20곳이 ‘동아시아30’에 이름을 올렸다. 세부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동아시아환경30’ 19곳, ‘동아시아사회30’ 20곳, ‘동아시아거버넌스30’ 20곳 등 두루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의 한계를 짐작하게 해주는 특징도 있다.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와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들 가운데는 지역사회와 노조,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 전반보다는 정부 부문에 유독 높은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평가 대상에 오른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서는 ‘녹색성장’이나 ‘조화사회’ 등 한국과 중국 정부가 내거는 국정의제에 동참하는 것과 사회책임경영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미래전략적인 차원에서 사회책임경영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 ‘동아시아30’의 의미와 전망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된 ‘동아시아30’은 아시아의 잣대로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는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현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는 잣대는 여럿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을 비롯해,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 가이드라인, 국제표준화기구(ISO) 26000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국제 기준은 한결같이 서구 사회의 맥락에서 출발한 탓에, 공동체나 가족, 직원간 유대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아시아적 전통의 특징을 재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이 때문에 늘상 서구 잣대의 평가대상에만 머물러왔던 아시아 기업들의 활동 성과를 평가하는 공통의 잣대를 한·중·일 세 나라가 주체가 되어 만들고 그 첫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데 ‘동아시아30’의 의미가 있다.
물론 아시아적 맥락을 반영한 평가 모델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건 아니다. 불법 경영권 승계나 노조 활동에 대한 억압 등 전통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라는 명분 아래 여전히 후진적 경영문화의 잔재가 많은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위원회에서 활동한 양빈 중국 칭화대 리더십센터 소장은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은 기존의 국제 기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강화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위원회 쪽은 “앞으로 한·중·일 세 나라의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아시아 맥락에도 부합하는 ‘자율적’ 사회책임경영 철학을 개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동아시아30’은 지속적으로 평가 틀을 개선하면서 해마다 우수 기업들의 명단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서구 스탠더드’ 보완…공동체 중시 등 ‘지역 특수성’ 반영 ‘동아시아30’ 평가 작업은 세계적인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 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작성·발표하는 투자지수 ‘에프티에스이’(FTSE)에 편입된 한·중·일 기업 가운데 사회책임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708곳을 대상으로 삼았다. 최근 3년 이내 성과를 보고한 한국 59곳, 중국 54곳, 일본 339곳 등 452개 기업이 최종 평가대상에 올랐다. (<한겨레> 8월23일치 1·16면 참조)
한·중·일 사회책임경영 전문가들이 도쿄 호세이대에서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 제공
■ ‘동아시아30’에 나타난 특징은? 평가 작업의 기초가 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 모델’은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등 3개 부문 13개 지표들로 구성돼 있다. 지표별로 해당 기업이 얻은 점수는 활동 성과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며, 지표별로 가중치를 적용한 뒤 합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평가 작업에선 아시아 지역 사회책임경영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몇가지 특징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이 한국과 중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활동 성과를 드러낸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본에선 소니와 파나소닉을 비롯해 도레이, 코니카미놀타홀딩스, 후지필름 등 모두 20곳이 ‘동아시아30’에 이름을 올렸다. 세부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동아시아환경30’ 19곳, ‘동아시아사회30’ 20곳, ‘동아시아거버넌스30’ 20곳 등 두루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동아시아 사회책임경영의 한계를 짐작하게 해주는 특징도 있다. 많은 아시아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와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들 가운데는 지역사회와 노조,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 전반보다는 정부 부문에 유독 높은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평가 대상에 오른 한국과 중국 기업들에서는 ‘녹색성장’이나 ‘조화사회’ 등 한국과 중국 정부가 내거는 국정의제에 동참하는 것과 사회책임경영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한국과 중국 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미래전략적인 차원에서 사회책임경영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 ‘동아시아30’의 의미와 전망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된 ‘동아시아30’은 아시아의 잣대로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는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현재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는 잣대는 여럿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을 비롯해,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 가이드라인, 국제표준화기구(ISO) 26000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국제 기준은 한결같이 서구 사회의 맥락에서 출발한 탓에, 공동체나 가족, 직원간 유대 등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아시아적 전통의 특징을 재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이 때문에 늘상 서구 잣대의 평가대상에만 머물러왔던 아시아 기업들의 활동 성과를 평가하는 공통의 잣대를 한·중·일 세 나라가 주체가 되어 만들고 그 첫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데 ‘동아시아30’의 의미가 있다.
물론 아시아적 맥락을 반영한 평가 모델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건 아니다. 불법 경영권 승계나 노조 활동에 대한 억압 등 전통을 중시하는 아시아적 가치라는 명분 아래 여전히 후진적 경영문화의 잔재가 많은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위원회에서 활동한 양빈 중국 칭화대 리더십센터 소장은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평가모델은 기존의 국제 기준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강화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위원회 쪽은 “앞으로 한·중·일 세 나라의 대표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아시아 맥락에도 부합하는 ‘자율적’ 사회책임경영 철학을 개발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동아시아30’은 지속적으로 평가 틀을 개선하면서 해마다 우수 기업들의 명단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