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2차 고도화시설 증설 공사 현장 모습. 현재 95%의 공정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 증설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30.8%로 뛰어오르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2차 고도화시설 공사장 가보니
108만3천㎡ 부지에 조성…완공땐 고도화비율 1위로
108만3천㎡ 부지에 조성…완공땐 고도화비율 1위로
푸른 바다 옆으로 100m 가까이 우뚝 솟아오른 철탑 여러 개가 눈에 들어왔다. 철탑뿐이 아니었다. 수만평 대지를 가득 채운 방대한 규모의 철골 구조물들은 오밀조밀 빼곡하게 들어선 배관들을 품에 안은 채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얼추 제 모습을 갖춘 구조물들 사이로는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현재 95%의 공정 진행률을 보이고 있고, 예정된 공기보다 한 달 반 앞당겨 내년 1월 중순 기계적 완공이 목표입니다. 5월에는 상업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9일 충남 서산의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증설 현장에서 만난 표종명 차장은 현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2차 고도화시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원유를 정제해서 얻는 벙커시유 등 저부가가치 기름을 다시 정제해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고부가 기름으로 바꿔주는 고도화시설은 말 그대로 정유사 경쟁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한 기당 평균 2조5000억원가량이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도입 속도가 더딘 편이다. 그나마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돼 현재 고도화 비율은 평균 20%대에 이르고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현대오일뱅크로서는 고도화시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고도화 비율이 10%대에 머물러 있지만, 5만2000배럴 규모의 2차 고도화시설을 완공하면 단숨에 업계 최고의 고도화 비율(30.8%)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신인 극동정유가 이미 1990년대 초 6만4000배럴 규모의 고도화시설을 업계 최초로 완공해 운영해온 전력이 있지만, 이후 회사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추가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한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잔뜩 들뜬 상태다. 정임주 증설팀 부장은 “원유를 정제하면 원유보다도 싼 벙커시유 등 산업 잔사유가 40~50%나 나오는데, 이는 단순 정제마진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며, “이번 설비가 가동되면 배럴당 정제마진이 8달러 오르고, 영업이익도 연간 3800억원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들어설 고도화 설비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108만3000㎡ 규모의 부지 조성을 위해 15t 덤프트럭 17만대 분량인 168만㎥의 토사가 옮겨졌고, 레미콘트럭 4만대 분량인 24만5000㎥의 콘크리트와 지하철 1200량 무게인 4만6500t의 철강이 투입됐다. 각종 배관들의 길이를 합하면 서울-부산 왕복거리인 920㎞이고, 전선 등 케이블의 길이만 해도 5320㎞에 이른다.
경쟁업체 사이의 ‘협조’가 이뤄진 점도 이채롭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공사에 앞서 에스케이(SK)에너지에 전문인력 수십명을 파견해 중질유접촉분해공정(RFCC) 운영 방법을 배워왔다. 정 부장은 “우리가 (또다른 고도화 방식 가운데 하나인) 수소첨가분해시설(HCR)을 도입해 운용하던 1990년 초중반에는 에스케이 쪽에서 우리한테 직원들을 파견해 기술을 배워갔다”고 말했다.
서산/글·사진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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