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53) 서울인베스트 대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코스닥 인선ENT 공개매수
코스닥 인선ENT 공개매수
박윤배(53·사진)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얼마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태광그룹 비리를 언론 및 검찰에 제보한 사람이다. 태광산업 주식을 2주 갖고 있는 소액주주로서,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는 최대주주의 행태를 바로잡고자 경영 외적인 수단을 동원했던 것이다.
이번엔 박 대표가 문제 있는 회사를 인수해 직접 경영에 뛰어들기로 했다. 태광이 네거티브 소액주주운동이었다면, 이번엔 포지티브 방식인 셈이다. 대상은 인선이엔티라는 코스닥 상장 회사다. 1997년 설립된 이 회사는 건설폐기물 처리 부문에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쓰레기처리업체다. 쓰레기의 운반, 소각, 매립,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폐기물 처리의 수직 계열화를 이뤄, 2009년 기준 연간 매출액 1228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을 내고 있는 알짜 회사다.
문제는 역시 지배구조다. 이 회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오아무개씨는 국내 몇 대밖에 안 된다는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를 몰고 다니며,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원을 빌려 골프장을 사들이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해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 도박에 사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나선 이유는 태광그룹 건과 동일하다. “돈 많이 버는 좋은 회사가 나쁜 마음을 먹은 최대주주 한 사람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번엔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마침 박 대표가 태광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덕분에 투자자들이 생겼다. 십시일반으로 500억원이 모였다. 인선이엔티 상장 주식의 절반가량을 사들일 수 있는 금액이다.
박 대표는 일단 공개매수(경영권 지배를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 외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 방식)를 추진할 계획이다. 17%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 주주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칭송받는 워런 버핏이 방직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었던 것처럼, 인선이엔티를 시장의 사랑을 받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최대주주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둬 왔다면, 앞으로는 직접 경영에 참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개해서 지배구조 개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범을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인베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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