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6조7천억 줄여 민생·국방에 써야”
한나라 거부로 국회 예결위 파행 가능성
한나라 거부로 국회 예결위 파행 가능성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방예산 증액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재정적자 상황에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입(조세수입)을 늘리거나 아니면 ‘불요불급한’ 세출(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서 세출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어 2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회의에서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날까지 12개 국회 상임위원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완료했는데, 정부안보다 3조342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는 국방위원회가 요구한 7187억원의 국방예산 증액분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4대강 예산 삭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서갑원 의원은 “국방부 예산 증액 요구는 부풀려진 감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들어줘야 한다”며 “4대강 예산을 삭감하지 않으면 민생복지 예산 증액과 새로이 제기된 국방예산 증액 요구를 수용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에서 6조7000억원을 감액해 민생복지와 국방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결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종구 의원은 “국방예산을 증액하면서 4대강 예산을 자르자는 얘기가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연계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렇게 첨예하게 태도가 갈리다 보니 파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실의 한 보좌관은 “여당이 4대강 예산에는 손을 안 대고 다른 부처의 크고 작은 사업비 예산, 특히 민생복지 예산을 깎아서 ‘티끌 모아 태산’ 식으로 국방예산을 만들어내려 한다면 원성과 아우성으로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보좌관은 “한나라당은 지난해 4대강 예산 삭감 수준인 3000억원 정도 카드를 내밀 의향이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패를 꺼내 든다면 결국 계수소위 진행이 파행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야가 4대강 삭감 문제를 두고 대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재정적자 폭이 커진 상황에서 속출하는 예산 증액 요구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쉬운 해결책으로 예산안 전체 규모를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 재정적자 폭이 국내총생산의 2% 규모에 이른 상황에서 이는 수용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국방 전력증강 비용을 어느 정도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고령화 등으로 복지지출도 구조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데, 재정건전성 또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된 상황”이라며 “합리적인 선택은 감세를 철회해 세입 규모를 늘리든지, 4대강 사업의 시시비비를 떠나 진행 속도만이라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해 필수불가결한 세출의 숨통을 틔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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