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국전력 사장
김쌍수 사장 퇴진설에
‘황당한 공문 발송’ 논란
‘황당한 공문 발송’ 논란
김쌍수(65) 한국전력 사장이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사내 입단속을 위해 ‘엄포성 공문’을 내려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과 리더십에 관한 비판적인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한전 감사실은 지난 2일 한전 내 모든 처장과 실장, 사업소장들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 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감사실장 명의의 이 공문에서 한전은 “최근 인사이동을 앞두고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며 “이날 이후 이와 같은 유언비어를 전파, 확산 또는 단순 문의하는 사례라도 확인될 경우, 해당자는 물론이고 상급 관리자까지 엄중 문책할 것임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한전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내년 8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공문을 본 한 직원은 “사장의 임기에 관해 단순히 물어보기만 해도 본인은 물론 상급자까지 다 처벌하겠다니 (한전 사장이) 봉건시대 왕도 아니고 황당했다”며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 그렇게까지 오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전 홍보실 관계자는 “근거 없는 루머가 돌아 ‘맡은 바 업무에만 충실하라’는 뜻에서 내려보낸 공문”이라며 “(엄포성 문구는) 너무 급하게 작성하느라 그런 표현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문’을 계기로 김쌍수식 리더십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은 2008년 8월 민간경영인(엘지전자 부회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전 사장에 취임한 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요란함과 달리 별 성과는 없어 조직 내부에 피로감만 높였다는 분석이 많다.
지방 지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기술과 경험 축적이 중요한 공기업 특성은 무시한 채 일반적인 회사처럼 수익성과 비용절감만 강조해 내부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개인적 신념에 따라 조직 효율성을 중시하는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한 것을 두고서도 ‘공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모델’ 이라는 쓴소리가 적지 않다.
발전 자회사들과의 통합 무산이 김 사장의 리더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도 있다. 김 사장은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화력발전 자회사들과의 재통합이 소신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는데, 정부는 이와 달리 지난 8월 발전자회사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발전 자회사에 대한 경영평가와 임원 선임권 등이 한전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갔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와 통합하겠다고 큰소리치다가 되레 인사권까지 빼앗겨 김 사장으로서는 망신을 당한 셈이었다”며 “그때부터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