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채권 과세 특례·고가 미술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
올해도 국회 통과가 불발된 ‘이슬람 채권(수쿠크) 과세 특례’와 ‘고가 미술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 방안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두 세법 개정안이 기독교계와 미술계 등 관련 이해집단의 로비에 휘둘려 좌초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슬람채권 과세특례 방안은 지난 6일 조세소위를 통과하고서도 7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의결에서 제외됐다. 이 방안은 국내 기업이 국외법인을 통해 이슬람 채권을 발행할 때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마찬가지로 면세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이슬람 채권은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금융거래 목적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실물거래 형식을 이용해 발행하기 때문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과세된다. 기획재정부는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 유도를 위해 관련 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김성조 기재위원장은 “조세소위에서 합의한 것은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대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이번 의결에서 제외시키자는 의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의결 안건에서 제외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시장이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 채권에 대해서만 차별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호소를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국회 안팎에선 기독교계의 강력한 로비에 법안이 가로막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에도 일부 의원들이 테러자금 연계 가능성 등을 제기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나성린 의원(한나라당)은 이날 “별로 합당하지 않은 근거로 기독교계에서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종교적 이유로 타당한 법안을 반대한다면 경제정책을 어떻게 펴느냐”고 비판했다.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방안이 2년 뒤로 미뤄진 데는 미술계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미술계는 ‘미술인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이 법안의 시행을 유보하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과세 대상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에 한정해, 6000만원 이상 고가 미술품과 골동품들이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했던 의원들조차도 고가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를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며 내년 시행을 촉구했지만, 소수 의견으로만 남았다. 여야를 망라해 대다수 의원들이 미술품 거래 위축 등 미술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과세 시기를 늦추자는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정도(고가 미술품 거래)에도 과세를 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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