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6천원정도 비싸게 사
“적자 뻔해” 내부비판 봇물
“적자 뻔해” 내부비판 봇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은행 내부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인수금액은 2조1785억원. 금호그룹의 재무적 투자자(FI) 한곳이 빠지는 바람에 전체 인수 예정 지분인 39.6%보다 조금 모자란 37.16%를 매입한 금액이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유한회사(SPC)에 2조6500억원을 출자해 금호그룹과 풋백옵션을 맺은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고, 추가로 1조원을 대출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총 투자금이 3조6500억원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내부수익률(IRR)을 보수적으로 잡아 10%로 계산하더라도 대우건설의 가치가 5년 뒤에는 5조8700억원, 10년 뒤에는 9조5000억원이 돼야 한다”며 “국내 최대 건설회사인 현대건설의 매각대금으로 5조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1만2000원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이를 1만8000원에 샀기 때문에, 장부에 반영할 경우 산업은행이 올해 약 72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케이디비(KDB)생명(옛 금호생명)의 인수 과정에서 생긴 손실금액도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어서,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올해 산업은행은 적자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 산은 직원은 “민 회장이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겠다고 인수 가격을 먼저 공개하는 바람에 손실이 그만큼 커진 것”이라며 “세상에 인수가격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인수합병(M&A)이 어디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인수 실무를 맡고 있는 산은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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