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주체별 평균 수익률
외국인·기관이 상승 주도…개인투자자는 되레 손실
3년전 수준 주가 회복도…전체 18개 업종중 5개뿐
3년전 수준 주가 회복도…전체 18개 업종중 5개뿐
3년여 만에 주가 2000 시대가 다시 찾아왔지만,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유동성 장세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몇몇 업종과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주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탓이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단기 과열 부담에도 전날보다 8.43(0.42%) 오른 2017.48로 추가 상승했다.
■ ‘개미 체감지수’ 1800도 안 돼 이날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14일 현재 2010년 개인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순매수 상위 18개 종목 기준)은 -2.55%였다. 외국인 47.32%, 기관투자자 54.07%와는 비교도 안 되는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 중심 시장인 코스닥 지수는 15일 현재 514.69로, 지난 2007년 연중 최고점(7월12일)을 기록한 828.22의 6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증시분석가는 “개미들의 체감지수는 2000은커녕 180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투자수익률이 이렇게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올해의 상승장세를 주도한 것이 외국인이다보니,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들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주식들을 쉽게 사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 고환율 정책으로 양극화 심화 업종별 양극화 현상도 심각하다. 지난 14일 현재,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었던 2007년 7월25일 당시의 주가를 회복한 업종은 전체 18개 가운데 5개에 불과하다. 의료정밀이 41.3%의 상승률로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고, 이어 화학(40.6%), 운수장비(36.6%), 전기전자(31.2%), 서비스(13.1%) 업종이 3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나머지 13개 업종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산업 현장의 양극화를 반영한다. 기업들의 이익이 대기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증시분석가는 “의료정밀은 사실상 정보기술(IT)업종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종목들은 대부분 고환율 정책의 수혜를 받은 수출업종이라고 볼 수 있다”며 “내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쏠림 현상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와 정부가 빚에 쪼들리는 대신 사회적 부가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니프티 피프티’ 현상 우려 한국판 ‘니프티(맵시있는) 피프티(50)’ 현상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프티 피프티란 1960년대 말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했던 50개 종목을 말한다. 아이비엠(IBM), 필립모리스, 코카콜라,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맵시있는’ 소수 종목이 증시를 주도한 현상을 니프티 피프티 현상이라고 불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나치게 소수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다보니 나중에 받아줄 세력이 없어서 주식시장 자체가 망가진 사례”라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도 이런 초우량주의 극단적인 상승 국면은 늘 있어왔는데, 그리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수 대신 자신을 돌아보라” 그렇다면 지금 개미들은 주식시장에 참여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강 팀장은 “내년 주가가 대체로 2300~24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금처럼 가파른 속도라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까지 쉬어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전망에 의존하기보다는 투자자 자신의 처지에 따라 선택하길 권했다. 그는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예전처럼 자산을 증식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금리는 경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주식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적립식 투자 같은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향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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